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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넓히고, 멀리 내다봤으면 한다.”
‘골프 유목민’ 왕정훈(21)이 골프 꿈나무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종 의류 브랜드 애플라인드와의 후원 계약식에서다.
왕정훈의 조언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유러피언(E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리고, 올 시즌 카타르 마스터스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 왕정훈은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골프 인생을 살았다.
왕정훈은 고등학교 시절이던 2011년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난 후 이듬해부터 당시 ‘골프 변방’이던 중국 문을 두드렸다. 2013년부터는 아시안 투어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이후 EPGA 투어 대회가 열리는 중동과 아프리카 오지를 마다하지 않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대기선수로 있다 출전한 하산 2세 트로피에서 극적인 우승을 일궈냈고, 곧이어 열린 모리셔스 오픈에서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16 EPGA 투어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왕정훈은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했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당시 떠 돌던 경험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때의 고생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약 20개 국가에서 대회를 치렀다”는 왕정훈은 ‘골프 유목민’이라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서도 “좋다. 외국에서는 ‘코리아 스나이퍼’로 불린다”며 웃었다.
현재 세계 랭킹 42위인 왕정훈은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세계 랭킹은 10위 권 안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며 “작년에 2승을 했으니 올해는 2승 이상을 달성했으면 한다. 당연히 PGA 투어 우승도 하고 싶다”고 했다.
왕정훈은 오는 3월2일부터 멕시코에서 열리는 멕시코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델 테크놀로지 매치 플레이, 마스터스 등 미국 무대에도 도전한다. 지난해 비회원 신분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으로 올 시즌 PGA 투어 카드를 획득한 안병훈의 전철을 밟겠다는 의도다.
왕정훈은 “(안)병훈이 형이 빨리 미국으로 오라고 했고, 저도 빨리 갔으면 한다. 세계 랭킹 50위 이내 자격으로 큰 무대 기회를 얻은 만큼 좋은 성적을 내겠다. 기왕이면 멕시코 대회에서도 우승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무대 도전을 앞두고 샷을 크게 바꾼 건 없다. 다만 잔디가 타이트하기 때문에 그에 대비한 쇼트 게임을 중점적으로 연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