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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으로 인한 소득 손실 보전을 이유로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무상 배포하는데 따른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 펑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전주시의 재난기본소득을 시작으로 경기·강원·충북·충남·전남·경북·경남 등에서도 재난기본소득이나 긴급재난생활비가 경쟁력으로 도입됐기 때문이다.(참조 이데일리 3월27일자<[단독]정부, ‘서울형 재난기본소득’ 푼다…공무원·아동수당 가구 제외>)
이같은 지원은 소상공인, 실직자 등을 위한 ‘착한 제도’이지만,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다. 재난기본소득 등을 도입한 지자체 대부분의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 미친다. 전남 25.7%, 강원 28.6%, 전주 31%, 경남 40.5%, 대구 51.6%, 경기 68.4%에 그쳤다.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이 82.2%다.
이들 지자체는 부족한 재원을 중앙정부의 국고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국고 지원 방식은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국고보조금이다. 지자체가 재정 부담이 커질수록 국고 부담도 연동해 커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중앙정부까지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지자체가 재난기본소득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한다고 하지만 총선 이후엔 국고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정 지자체 재정난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우려가 있다. 한정된 지방교부세 파이를 놓고 지자체 간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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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도 난제다. 정부가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증세 논의가 불가피하다. 이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 중 하나로 국토보유세 신설안을 제시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에 세금을 매겨 15조5000억원 세수를 거둔 뒤 전 국민에게 연 30만원 씩 토지배당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세수는 종부세 연간 세수(2018년 1조8728억원)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15조원 이상을 걷으면 재난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국토보유세 도입 쟁점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보유세 도입 시 기업의 토지보유세 부담이 현재보다 12.5~35.7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박 연구위원은 “기업의 세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나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공장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진작 등 경기를 살리려고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했는데 경기가 얼어붙는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韓 부채 증가율, OECD 36개국 중 6위
그렇다고 증세 없이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하는 것도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2018년 기준)는 40%로 관련 집계를 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 중 4위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2001~2018년 일반정부 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11.1%로 OECD 36개국 중 여섯 번째로 높다.
박기백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전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주면 효과도 떨어지고 후유증도 크다”며 “올해는 자영업 등 피해계층을 중심으로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하되,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는 지출 증가율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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