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본소득, 증세·재정악화 부메랑”…정부, 서울형 검토

재난기본소득 효과보단 후유증 우려
지자체 재정 펑크→국고 부담 불가피
총선 이후 증세→세 부담, 경기 악화
빚·성장률 위기→국가신용등급 위태
  • 등록 2020-03-27 오전 5:00:00

    수정 2020-03-27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코로나19사태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득 보전방안으로 서울시의 ‘재난 긴급생활비’를 벤치마킹한 선별적 지원책을 우선 고려대상으로 삼은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처럼 현금을 무제한 찍어내 지원할 수 있다면 모를까 ‘무작위 현금 살포형’ 지원은 결국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증세 등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주는 것은 형평성, 국민적 공감대,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재원 문제, 효과성 문제를 감안해 결정돼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시의 ‘재난 긴급생활비’를 벤치마킹한 선별적 코로나19 소득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경기도처럼 전국민에게 똑같이 10만원씩 주는 건 맞지 않다”며 “군인, 공무원·대기업·공기업 직원, 아동수당 수령자 등에는 지원하지 않고 진짜 필요한 분들에게 20만~30만원씩 더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지자체 ‘재정펑크’ 가능성

코로나19으로 인한 소득 손실 보전을 이유로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무상 배포하는데 따른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 펑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전주시의 재난기본소득을 시작으로 경기·강원·충북·충남·전남·경북·경남 등에서도 재난기본소득이나 긴급재난생활비가 경쟁력으로 도입됐기 때문이다.(참조 이데일리 3월27일자<[단독]정부, ‘서울형 재난기본소득’ 푼다…공무원·아동수당 가구 제외>)

이같은 지원은 소상공인, 실직자 등을 위한 ‘착한 제도’이지만,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다. 재난기본소득 등을 도입한 지자체 대부분의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 미친다. 전남 25.7%, 강원 28.6%, 전주 31%, 경남 40.5%, 대구 51.6%, 경기 68.4%에 그쳤다.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이 82.2%다.

이들 지자체는 부족한 재원을 중앙정부의 국고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국고 지원 방식은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국고보조금이다. 지자체가 재정 부담이 커질수록 국고 부담도 연동해 커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중앙정부까지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지자체가 재난기본소득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한다고 하지만 총선 이후엔 국고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정 지자체 재정난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우려가 있다. 한정된 지방교부세 파이를 놓고 지자체 간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재난기본소득 등을 도입한 지자체 대부분의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 미쳐 국고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재난기본소득은 2020년 3월26일 기준, 재정자립도는 2019년 기준. 단위=% [자료=각 지자체,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 365,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총선 후 증세 논의 불가피

증세도 난제다. 정부가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증세 논의가 불가피하다. 이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 중 하나로 국토보유세 신설안을 제시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에 세금을 매겨 15조5000억원 세수를 거둔 뒤 전 국민에게 연 30만원 씩 토지배당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세수는 종부세 연간 세수(2018년 1조8728억원)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15조원 이상을 걷으면 재난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국토보유세 도입 쟁점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보유세 도입 시 기업의 토지보유세 부담이 현재보다 12.5~35.7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박 연구위원은 “기업의 세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나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 공장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진작 등 경기를 살리려고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했는데 경기가 얼어붙는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韓 부채 증가율, OECD 36개국 중 6위

그렇다고 증세 없이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하는 것도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2018년 기준)는 40%로 관련 집계를 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 중 4위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2001~2018년 일반정부 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11.1%로 OECD 36개국 중 여섯 번째로 높다.

재정건전성 지표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무디스, S&P는 올해 하반기에 방한해 국가신용등급 관련 연례협의를 할 예정이다. 무디스가 26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0.1%로 대폭 낮추는 등 국제신용평가사는 한국경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정 여력이 있지만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기백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전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주면 효과도 떨어지고 후유증도 크다”며 “올해는 자영업 등 피해계층을 중심으로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하되,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는 지출 증가율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7개 광역시도 재정자립도가 51.4%로 2015년(50.6%)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17개 광역시도 재정자립도는 2017년 이후 2년 연속 감소 추세다. 단위=% [자료=행정안전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 365,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001~2018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D2) 증가율은 연평균 11.1%였다. 이는 OECD 36개국 중 여섯 번째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수준이다. 단위=% [출처=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기획재정부]
3대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마이너스에서 0%대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작년 11월에 2.1%에서 올해 3월 0.1%, 무디스는 작년 8월과 올해 2월에 각각 2.3%에서 올해 3월 0.8%로, S&P는 작년 12월 2.1%에서 올해 3월 -0.6%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단위=% [출처=각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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