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PD·작가 "자폐 소재 우려 컸지만…" [종합]

'우영우' 유인식 PD·문지원 작가 기자간담회
"이같은 사랑 예상 못해"
  • 등록 2022-07-26 오후 6:58:34

    수정 2022-07-26 오후 9:41:05

문지원 작가(왼쪽) 유인식 PD(사진=ENA)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실제 자폐인은 우영우 같지 않기 때문에 자폐 가족들이 우영우를 보고 상대적으로 속상해하시면 어쩌나 우려를 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연출자 유인식 PD가 극중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가 자폐 스펙트럼을 대표하는 인물은 아니라며, 드라마 시작에 앞서 가졌던 고민을 털어놨다. 유 PD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에서 “ 어떤 드라마를 시작할 때 항상 가정에서 출발하지 않나”라며 “자폐인이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고 그들과 어우러져서 길을 걸어간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했고 그 질문을 잘 체화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극중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유 PD는 “저희도 이 드라마가 대중에게 사랑을 받은 게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 드라마를 통해 장차 자폐인이 자폐인을 연기하고 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해서 조금 더 진정성 있고 감동적이며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길이 조금 앞당겨진다면 저희로서는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지닌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담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0.9%로 시작한 시청률을 13.1%까지 끌어올리며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TV화제성에서도 3주 연속 1위,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 TV부문 글로벌 1위를 기록하는 등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다.

유인식 PD(사진=ENA)
유 PD는 “이렇게까지 사랑을 해줄 거라곤 예상을 못했다”며 “이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고, 입소문을 타고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초반부터 열화와 같은 반응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얼떨떨한 소감을 전했다.

함께 자리한 문지원 작가는 “연락이 닿지 않던 분들까지 다양하게 연락을 주고 계시다”며 “커피를 사러 갔을 때도 ‘우영우’ 얘기를 하고, 버스를 탔는데도 ‘우영우’를 보고 계셔서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작가는 영화 ‘증인’부터 드라마 ‘우영우’까지 자폐 스펙트럼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연달아 선보여 그 배경에 주목을 받고 있다. 문 작가는 “스릴러 영화를 구상하다가 사건의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 생각한 게 시작이었다”며 “아는 게 없어 자료조사를 시작했는데 자폐인의 많은 특성들에 굉장한 호감과 매력을 느껴 어두운 스릴러를 기획하다 톤이 바뀌어 ‘증인’이 나왔다”고 자폐 스펙트럼을 소재로 작품을 쓰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우영우’는 세상으로 나간 자폐인이 겪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공감과 위로를 안기고 있다. 세상의 시선에서 바라본 자폐인이 아닌, 자폐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으며 ‘다른 차원의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폐 가족들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지원 작가(사진=ENA)
문 작가는 “제가 자폐인이거나 제 가족이나 지인이 자폐인이라면, 저도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보는 게 불편했을 것 같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그분들이 겪을 복잡하고 심란한 기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많은 분들이 예뻐해주셔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맞지만 자폐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 어두운 부분을 안 다루려고 한 것은 아니다. 최대한 보여드리려고 애썼던 부분이 있고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도 오히려 자폐인에게 상처를 줄까봐 정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썼다”고 털어놨다. 문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것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사는 곳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은 그 논의 과정 자체라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유 PD도 “소수자들이 나오는 작품이 대중적 반향을 일으키며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럽고 무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영광스럽다”며 “지금까지 사랑해주셨던 그 모습처럼 나머지 에피소드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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