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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가가 그나마 3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건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추진 중인 인적분할이 단행될 경우 자사주 취득 후 소각, 배당 확대 등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현대백화점(존속법인)은 분할 후 3년 내 자사주 6.6%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인적분할 후 신설되는 지주회사 현대백화점홀딩스도 인적분할로 소유하는 자사주 6.6%를 분할 후 1년 내 소각하기로 했다.
현금배당 확대 방안도 꺼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1년 사업연도의 배당금총액 240억원을 보장하는 배당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홀딩스도 최소 150억원 이상을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현대백화점이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주주환원 정책 그 자체는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효과만 검토할 경우 자사주 가치 포함 시 주당 6.6%의 가치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분할 후 합산 배당총액이 최소 390억원 수준으로 배당수익률도 지난해 대비 높아질 것으로 점쳤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 이후 전향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소액 주주들 사이에선 이번 주주환원 정책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주들은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 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인적분할 전 자사주 소각’과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 신주가 배정됨으로써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 이뤄진 후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면 인적분할 전 자사주를 소각하는 게 바람직한데, 이를 마치 같은 개념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달 10일 인적분할 안건 통과를 위해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주주친화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 소각 여부를 떠나서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한다는 것 자체가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목적을 판별하는 데 관건은 자사주 마법을 활용하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과 주주 가치를 모두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이번 자사주 소각 및 배당정책 수립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