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문체부 발표에 반박 “위원회 역할에 심각한 오해”

2일 문체부의 감사 결과 발표 후 입장문 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논란·혼란 일으켜 죄송"
10차 회의서 위원들 전권 위임했고 업무 끝나
클린스만과 정몽규 회장은 면접 아닌 면담
"문체부의 우려, 적극 고려해서 보완할 것"
  • 등록 2024-10-02 오후 6:13:51

    수정 2024-10-02 오후 6:13:51

문체부는 2일 오전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 최현준 감사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한 가운데 축구협회가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축구협회는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문체부 특정 감사 결과 중간 발표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먼저 축구협회는 “국민과 축구 팬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해 논란과 혼란이 일어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면서 문체부의 감사 결과 발표는 협회장의 직무 범위와 전력강화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문체부의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특정감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위르겐 클린스만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모두 규정과 절차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 전력강화위원회를 무력화하고 2차 면접 때는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정몽규 회장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 선임 때는 규정상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를 추천했고 면접 과정도 불투명하고 불공정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2일 오전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축구협회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 기술이사가 추천을 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전력강화위원회의 업무가 마무리된 가운데 이 기술이사가 추천된 후보와 면담 및 협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6월 30일 임시 온라인 회의는 정식 회차 회의가 아닌 상황을 공유하는 회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차 회의에서 위원들이 위원장에게 감독 추천 업무 전권을 위임한 점을 고려하면 해당 회의는 위임 행위를 진행할 수 있는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축구협회는 7월이 임박한 시점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첫 경기 일정(9월 5일)을 볼 때 위원장을 새로 선임해 위원회를 재구성하는 건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협회 기술 분야 행정 책임자가 업무를 이어받은 것에 어떤 심각한 절차의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시 온라인 회의에서 이 기술이사가 후속 절차에 대한 위원들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10차 회의 때 위원들이 정해성 위원장에게 전권 위임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임시 온라인 회의는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지지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진행한 것”이라며 “이미 전권을 위임한 위원들을 대상으로 소집한 임시 회의는 후속 절차의 진행을 위임할 수 있는 회의라고 인정할 규정상, 사실상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라고 전했다.

또 이 기술이사가 임시 온라인 회의에서 ‘발표 전 최종 보고를 하겠다’라는 말을 지키지 못한 게 사실이어도 그 때문에 일련의 과정에 근거한 업무 진행이 규정을 위반해 이뤄졌다는 건 지나친 판단이라고 말했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 4차전에 나설 대표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면접 과정에 대해서도 2, 3순위 외국인 지도자를 먼저 만난 건 1순위 후보였던 홍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됐을 때를 대비한 차선책이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 자택 근처에서 4~5시간 기다린 끝에 만난 것이고 외국인 지도자를 만나기 위해 유럽으로 간 것과 비교해 특혜라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홍 감독에게 감독직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다른 2명의 외국인 지도자는 무직이었으나 홍 감독은 현직 프로팀 감독이기에 구단과의 계약을 중도해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정을 독려한 것이라 설명했다. 후보자를 만날 때 아무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대표팀 감독 후보 추천을 위해 평가표를 만들거나 문답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라고 답했다.

이사회 개최 전 홍 감독 내정·발표한 것에 대해선 절차적 하자가 없다며 “정식 선임 절차를 위해 3일간 이사회 서면결의를 실시했고 관련 자료도 제공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찬성과 반대가 모두 나오며 부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의결 결과 선임이 승인됐다고 덧붙였다.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지적된 전력강화위원회의 무력화도 부인했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을 포함해 이미 위촉된 위원 5명과 사전 상견례를 통해 외국인 감독을 선호한 선수단의 의견, 다가온 A매치 일정, 보안 유지 필요성 등을 고려해 이야기를 나눴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통해 위원장이 권한을 받아 감독 선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위원들이 정보를 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필수적인 정보는 공유, 점검한다는 건 논의 중 개인된 위원의 의견 중 하나였고 오히려 비공개로 신속하게 진행하는 원칙에 모두가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1차 회의 때 결정한 것과 바뀌는 부분이 없으므로 개별 위원에게 공유되지 않았다”라며 “최종 후보가 내정된 뒤엔 위원장이 2차 회의에서 위원들에게 보고하고 다음 날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라고 전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회장이 2차 면접을 진행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면접과 면담의 성격을 잘못 판단한 것이라 밝혔다. 축구협회는 뮐러 위원장이 1차 온라인 면접을 진행했고 이후 정 회장이 2명의 후보자와 온라인 면담을 통해 향후 대표팀 운영에 필요한 지원 사항을 듣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회장의 당연한 직무고, 그렇기에 면담 관련한 기록이나 평가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을 포함한 각급 대표팀 선임 시 이사회 선임 절차를 지속해서 누락한 것은 인정했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감독이나 코치, 트레이너의 계약 사항이 조율되면 내부 복고를 통해 선임 절차를 마무리해 왔다”라며 “이사회 심의 의결 사항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협회 정관 제42조에 해당 내용이 기재되지 않아 그동안 이사회의 심의 의결이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사실을 인식한 뒤 올해 3월 A매치 황선홍 임시 감독 선임 건부터는 이사회 추후 승인을 받았다고 더욱 현실에 부합할 수 있게 해당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축구협회는 “협회 정관과 운영 규정에 감독 선임 관련 절차에 상세 규정과 세칙이 마련되지 않았다”라면서도 “명문화되지 않은 과정이 진행됐다고 해서 이번 감독 선임 과정과 결과가 일률적으로 절차를 위반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협회 규정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과 이사회 승인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부분 등 미비한 점을 보완하겠다”라며 “문체부가 우려를 표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반영해 추후 관련 규정의 세칙을 신규 제정하거나 보완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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