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지키는 ‘산불재난진화대’…현실은 일당 10만원 일용직

목숨담보로 화마와 싸우지만…"고용불안 심각"
연간 10개월 고용에 일당 10만원 기간제 신분
퇴직금·밥값 지원 없이 위험한 산불 현장 투입
  • 등록 2018-05-04 오전 6:30:00

    수정 2018-05-04 오전 7:06:57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원들이 강원 고성 일원에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강릉=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초속 20m가 넘는 강풍 속에서 진화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생사를 넘나들며 산불진화에 나서고 있죠. 무엇보다 힘든 것은 10개월짜리 파리 목숨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산불현장의 최일선에서 진화 작업을 맡고 있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기간제근로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산불진화에 투입된 진화대원 중 모두 5명이 숨졌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 산불이 날 때마다 목숨을 담보로 화마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산불재난특수진화 대원들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안에서 밤새 잔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목숨 담보로 산불진화에 투입되지만…

그간 산불은 봄철인 4~5월에 집중돼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상기후 탓에 산불이 일어나는 기간도 늘었다. 건조한 강풍이 계속되는 날씨가 봄부터 겨울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산불발생 건수와 피해규모도 갈수록 대형화되는 추세다.

산림청은 대형·야간산불의 체계적 대응을 위해 광역단위의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2016년 창설했다. 현재 전국 30개 권역에서 모두 330명의 특수진화대원이 산불 현장의 최일선에서 진화작업을 담당한다. 이들은 강원 강릉·삼척, 경북 상주, 서울 수락산 등 전국 주요 대형산불 현장에 투입, 산불 조기 진화와 확산 저지에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부터 산불진화에 투입된 베테랑 대원인 임병천(53) 씨는 지난해 강원 강릉·삼척 일원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진화작업을 떠올리면 아직도 등줄기가 오싹하다. 임 대원은 “3박4일 동안 잠도 못 자고, 김밥 한줄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밤낮없이 온 산을 헤맸다. 반드시 산불을 꺼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원들이 강원 고성 일원에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하루 일당 10만원...기간제근로자 신분

목숨을 내놓고 산불진화에 힘쓰지만 이들의 신분은 기간제근로자다. 특수진화대는 연중 상시 고용이 아닌 10개월만 근무하는 조건으로 하루 10만원의 일당제로 운영되고 있다. 휴일이나 야간 산불 진화 시에는 추가 수당이 지급된다. 하지만 소방 등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과 비교하면 이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산불진화에 투입되지만 퇴직금은 물론 식비 지원조차 없다. 매년 신규공채 형태로 채용되기 때문에 체력검사 등 매번 채용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점도 고충이다.

올 초부터 특수진화대에 합류한 신재웅(51) 대원은 “올 초 발생한 삼척산불은 혹한의 날씨 속에서 야간까지 진화작업이 이어졌고, 대원들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낙석위험까지 더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며 “지난달 발생한 고성산불도 초속 20m가 넘는 강풍 속에서 진화작업을 펴다 보니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고용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산림청 소속 산불진화헬기가 강원 삼척시 노곡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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