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진 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과학이 어려운 건 잘하는 순으로 줄 세우기 때문"

"과학 대중화는 과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 깨우치게 해 주는 인식 재고부터 시작해야"
"4차산업혁명 시대 중요성 커진 SW 교육, 독립된 교과로서 명확한 법제화 필요"
만화, 게임 등 과학 접목 통해 과학 저변 확대…'사이언스 아카데미' 사업 확대"
"국가 R&D 20조 원 시대, 연구 성과 국민 상시 체험 공간 만들어야"
  • 등록 2019-06-11 오전 6:55:25

    수정 2019-06-11 오전 6:55:25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우리의 모든 생활에 과학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맨 처음 ‘어렵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과학대중화의 어려움을 이 같이 표현했다. 안 이사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과학 교육이 대부분 문제풀이식이고 결과에 따라 누가 과학을 잘하는지 줄을 세우려고 하다보니 과학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 대중화, 과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 재고부터 시작해야”

한국과학창의재단(이하 과학창의재단)은 지난 1967년 과학기술문화 창달과 창의적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우리나라의 과학대중화를 이끄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안 이사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안 이사장은 “우리 주변의 생활 제품들을 둘러 보면 결국 과학이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생활이랑 밀접한지를 더 나아가 경제나 직업과도 관련돼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며 “과학대중화는 학교 교육에서의 과학이라는, 너무 한쪽 측면만 보고 있는 과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깨우치게 해 주는 인식 재고에 초점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과학대중화는 성인과 학생의 대상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성인들은 생활 주변에서 자연스레 많은 내용들을 전달해 주면서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과정 중에서 과학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 이사장은 과학대중화를 위해 학생들이 과학을 만만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학생들이 누구나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느끼고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비로소 과학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결국 과학문화 학산과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과학창의재단 양대 미션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안 이사장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과학의 대중화를 실현해 갈 수 있다고 얘기를 풀어 나갔다. 그는 “학생들이 과학을 만만하게 보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에서 여러 콘텐츠들을 제공해 줘야 한다”며 “가령 학생들이 수학 소프트웨어(SW) ‘알지오매스(Algeomath)’를 갖고 도구를 통해 간단히 도형을 그릴 수 있고 함수 식을 입력하면 그래프로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그런 것들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고 언급했다.

대수(algebra)와 기하(geometry), 수학(mathematics)의 합성어인 ‘알지오매스(Algeomath)’는 과학창의재단과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개발한 도형 학습용 SW로 지난해 11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도형과 대수, 기하 등을 모니터 화면에 펼쳐진 모눈종이 위에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누구나 무료 이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 확대, 명확한 법제화 필요”…“과학 축제, 체험형 프로그램 늘릴 것”

안 이사장은 초·중·고등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확대를 위해 독립된 교과로서의 명확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안 이사장은 지난 199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성균관대학교에서 컴퓨터교육과 교수를 지내며 이 분야에 직접 몸담아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론은 더욱 뚜렷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는 구색 맞추기식 교육만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안 이사장은 “초등학교는 소프트웨어 코딩이나 정보윤리와 관련한 내용을 실과라는 과목에서 17시간 동안, 중학교는 34시간 이상을 교육하게 돼 있지만 법에는 명시가 안 돼 있고 고등학교에서는 선택과목으로 돼 있다”며 “먼저 법으로써 소프트웨어를 독립된 교과로 명시해야 비로소 다양한 연계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출신 학교나 교사 및 학생들의 역량에 따라 대학 신입생들의 소프트웨어 구사 능력은 천차만별이 된다”며 “미래 세대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세대고 어떤 전공을 선택하든 소프트웨어가 접목되면 자신의 전공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성취를 거둘 수 있는데 시작부터 수준 차이가 나 버리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안 이사장은 학교 과학 교육 외에도 국민의 과학 접점을 넓히기 위해 사이언스 아카데미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안 이사장은 이 대목에서 “게임이 취미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해마다 세계 여러 게임 웹진들에서 ‘고티’(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라는 것을 선정하는데 그 중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게임도 꽤 있다”며 “과학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갖춘다면 소설을 쓴다든지 만화를 그린다든지 하는 영역에서 전문적인 세부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고 콘텐츠도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과학문화 및 만화영상콘텐츠의 융합·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안 이사장은 “만화가들에게 우리가 과학을 교육하면 우리는 과학대중화를 해서 좋고 그들은 콘텐츠가 다양해져 좋을 것”이라며 “결국 대중들이 과학을 이해하게 되면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되고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자기 분야를 더 잘 할 수도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올해 처음 변신을 시도한 과학창의축제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과학창의재단은 기존의 전시형 과학축전의 형식을 탈피해 올해 처음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도심형 과학축제를 기획했고 호평을 받았다. 안 이사장은 “최근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 역할과 책임(R&R) 성과공유회에서 우리도 발표를 했는데 장관께서 총평을 할 때 우리가 올해 첫 시도한 도심형 축제를 모범 사례로 거론했다”며 “결국 과학문화 활성화는 과학문화 창달과 창의인재육성과 별개가 아니라 서로 연결돼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 이사장은 “축제 기간 중 계속 현장에 나가 있었는데 관람객들을 보면 대부분이 아이들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었고 그들의 과학적 기대가 결국은 가장 큰 성공 요인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도심에서 진행하다 보니 평일 점심 시간을 이용해 직장인들도 많이 참여를 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과학적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며 “점차 아이들을 위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늘리고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의 연구 성과를 좀 더 알릴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얘기했다.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정부 R&D 예산 20조 원 시대, 국민과의 소통 더욱 중요”…“도심 속 상시적 연구 성과 공유 공간 만들어야”

안 이사장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20조 원 시대를 맞아 과학자와 국민 간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국민들은 그 많은 돈을 투입해 과학자들이 정말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며 “연구자들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적극적으로 연구 성과를 알려 주고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연구자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열심히 잘하고 있는 것을 알리고 국민들은 ‘우리 세금으로 이런 연구를 하고 있고 이런 연구의 결과물들로 우리의 경제와 생활이 변화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면 20조 원을 넘어 장차 30조 원 R&D 시대를 열 수 있는 것”이라며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지역에 상시적으로 과학자나 연구자들의 새로운 연구 성과물들을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체험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안 이사장은 지난해 발생한 내부의 불미스러운 일의 재발 방지를 위해 ‘무거운 처벌’, ‘신속 처리’, ‘반드시 적발된다느 인식’의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제도나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창의재단은 안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1월 일부 직원들이 행사 대행업체에서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등 잡음이 일었다. 그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해 왔다”며 “이 같은 차원에서 작은 사고를 사전에 막기 위해 기존 사업단별로 진행하던 계약 행위를 재무관리실로 통합함으로써 비위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물리적인 체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안성진 이사장은…

- 1966년 생(生)

- 성균관대학교 정보공학 학사

- 성균관대학교 정보공학 석사

- 성균관대학교 정보공학 박사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SERI 연구원

-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컴퓨터교육과 교수

- 국무조정실 정보화평가위원회 위원

- 한국컴퓨터교육학회 회장

- 성균관대학교 입학처장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산업분쟁조정위원회 위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열린정책자문단 자문위원

- 교육부 대입제도개편전문가 자문단

- 한국생산성본부 혁신위원회 위원

-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 의장

-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교육대학원 원장

- 수상: 소프트웨어교육발전공로 근정포장(2016), 대통령표창(2011), 행정안전부장관표창(2009), 정보과학관련 학회 우수논문상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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