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날카로운 사유가 함께 하는 아일랜드 여행기

마음의 발걸음
리베카 솔닛|468쪽|반비
  • 등록 2020-10-21 오전 5:30:00

    수정 2020-10-21 오전 5: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통해 ‘맨스플레인’(남자가 여자에게 권위적인 태도로 훈계하듯 설명하려는 것)이라는 개념을 유행시킨 리베카 솔닛이 2011년 펴낸 책이다. 솔닛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걷기의 인문학’의 전작으로 어머니의 혈통 덕분에 아일랜드 국적을 얻게 되면서 떠나게 된 아일랜드 여행기를 담고 있다.

“여행은 마음의 발걸음이기도 해서, 다른 장소에 가면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솔닛이 밝힌 여행에 대한 생각이다. 이 말처럼 솔닛이 아일랜드를 찾은 것은 단지 여행 기회가 생겼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그는 아일랜드의 피를 이어 받은 어머니 덕분에 ‘조상의 나라’로 만나게 된 아일랜드를 ‘정체성, 기억, 풍경’ 등에 대한 개념을 탐구할 기회로 삼는다. 그렇게 아일랜드를 두 발로 밟아가면서 동시에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학을 읽고 연구해 책에 담았다.

솔닛은 아일랜드가 ‘은유와 아이러니의 나라’라는 점에 주목했다. 대기근을 겪으면서도 본국인 영국에 작물을 보내야 하는 식민지였던 탓에 식량 수출국이었던 사실, 생전에도 사후에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아일랜드 퀴어 독립영웅 로저 케이스먼트의 이야기 등이 그렇다. 아일랜드의 다양한 층위를 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영국 시인들은 아일랜드의 자연과 시골을 배경으로 낭만주의 목가시를 남겼다. 반면 조너선 스위프트 등 아일랜드 문학가들은 반(反)목가를 썼다. 이에 대해 솔닛은 “아일랜드에 풍경시가 없는 것은 아일랜드의 풍경에 상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솔닛의 날카로운 사유는 여행기에서도 돋보인다. 타인의 문화를 어떻게 탐색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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