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인영 ‘대북 러브콜’ 조바심 버려야

  • 등록 2020-11-25 오전 12:00:00

    수정 2020-11-25 오전 7:05:4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미국 정부 교체시기, 바이든 소통 창구를 찾아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직원들에게 주문한 특명이다. 바이든 신(新)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일시적 공백기를 맞는 상황에서 바이든 측 인사와 접점을 늘려 한반도 정세를 적극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북한을 향한 이 장관의 러브콜도 미국 대선 이후 거의 매일 등장한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5개월 전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재건과 서울~평양 간 무역대표부 설치를 제안했다. 같은 날 오후엔 통일부 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4대 그룹 고위급 인사들과 회동해 “남북 경제협력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 개별관광,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재개 등 작지만 호혜적 경협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런데 이날은 연평도 포격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런 날 재계 인사들을 불러 모아 경협을 강조한 것이 적절하냐는 말이 나온다. 통일부는 “기업인들을 고려한 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곧장 야권의 공격으로 돌아왔다. 국민의 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제삿날 잔칫상을 차린 격”이라며 “남북관계 현실은 무시한 채 이상에만 집착하는 몽상가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재계 간담회에 참석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지 못해 안타깝다”면서도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는 뼈있는 말을 던졌다.

얼마 전엔 북한에 백신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문제는 시기다. 우리 국민도 코로나19 백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지원이 가당키나 하냐는 지적이다.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정세나 국민 인식과 너무 동떨어지면 비난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혈세 170억원이 투입된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에 대한 공분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지난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선 너무 말을 아꼈다.

“평화의 노둣돌을 놓겠다”며 작은 교역을 취임 일성으로 삼은 장관으로서 지금의 상황이 조바심 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주변 상황을 둘러보지 않고 일방통행하는 건 우선순위에 맞지 않다. 남북 관계엔 속도조절이 필요하고 국민 공감(동의)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현실을 간파하지 못한 전략은 실패할 공산이 크고, 또다시 교착과 악재를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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