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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DS 부문의 2분기 매출액은 28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9조9800억원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분기 최대 매출을 새로 썼다.
SK하이닉스 역시 사상 처음으로 13조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실적 호조세를 이어갔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3조8110억원, 영업이익 4조192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냈다.
두 기업 모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지역 봉쇄 등으로 인한 물류난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까지 덮치면서 2분기 경영 여건이 악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양 쪽에서 성과를 내며 2분기 실적을 끌어올렸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새로운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수익성 중심 판매 전략을 펼치며 판가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전분기 대비 이익이 61% 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에 나서는 등 기술 경쟁력도 확보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축포를 터트리는 대신 하반기를 대비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올 하반기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역시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메모리 시장이 현재로서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어 매일, 매주 업데이트하며 지켜보고 있다”며 “다양한 매크로 이슈가 시장 내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나친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갖기보다 다각도로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도 “SK하이닉스가 원화 기준 역대 최고 실적 기록하며 축하하는 자리여야 하지만 하반기 시황과 내년 불확실성 때문에 어려운 말씀을 많이 드린다”며 “메모리 산업이 몇 분기 전에는 상승 전환을 이야기하다 몇 개월 뒤에 또 하락 전환을 얘기하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 유동성을 회복하고, 전체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가면 전처럼 메모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올 하반기 반도체 업황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13.6%) 대비 대폭 낮아진 7.4%로, 매출액 전망치도 367억달러(약 48조원) 감소한 6392억달러(약 835조4000억원)로 하향 조정했다. 모바일, PC 등 IT 제품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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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양사 모두 단기 투자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단 점을 암시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단기적 설비 투자 계획을 탄력적으로 재검토하며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내년 규모를 상당 폭 줄이는 것을 포함한시설투자(CAPEX) 시나리오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 안팎에서도 단기적 관점에서의 투자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 시각에서 산업구조 전환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투자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업황에 따라 CAPEX를 맞춰가는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양사 모두 줄일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 투자가 계속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년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고, 인프라 투자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투자 규모를 크게 하향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