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오영욱, 모두가 부러워하는 '실패의 기록'

건축가·여행작가·일러스트레이터
배우 엄지원 남편으로도 유명세
"건축 잘하고 싶어 세계 돌며 그림
성공한 게 없어…건축에선 벽 느껴"
진화랑서 '작은 눈으로 바라본 세상' 전 열어
일러스트·스케치·판화·건축모형 등 200여점
  • 등록 2015-09-10 오전 6:14:00

    수정 2015-09-10 오전 6:14:00

건축가 오영욱이 2006년 미국여행을 하며 그린 ‘뉴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이번 전시에 ‘실패의 기록’이란 부제를 달았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만난 건축가 오영욱(39)은 자신의 작품을 두고 ‘성공하지 못한 것들’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제공모전에서 ‘꼴찌’를 기록한 조감도를 전시하기도 했다. 오 작가는 ‘작은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란 제목으로 오는 10월 3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부터 건축계에 몸담아 왔지만 “딱히 건축가로서 이룬 성취가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대중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약 8만부가 팔렸다는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를 비롯해 7권의 여행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 게다가 선망하는 여배우와 결혼한 남자. ‘다재다능’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오 작가는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블로그를 만들고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는 2008년 첫 개인전 이후 네 번째. 여러 대륙을 횡단하며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작업한 일러스트와 여행스케치 50점, 서울의 녹지축을 그린 그림·판화 10점, 건축모형, 도면집을 비롯해 빨간 안전모를 쓴 ‘오기사’ 피규어 150여점을 선보인다.

건축가 하면 밤새 설계도면을 그리고 건축모형을 만드느라 정신없이 바쁜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오 작가의 이미지는 ‘바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생지도’나 ‘유토피아’ 같은 전시작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표현대로 ‘작은 눈’으로 세상을 두루 유람하는 여행자의 여유와 함께 작가로서의 치밀함도 보인다. 서울 녹지축 중 한 곳을 그린 ‘소배행도’는 북한산부터 관악산까지의 풍경을 7개로 나눠 촘촘하고도 세밀한 필법으로 그려냈다.

“사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여행을 하는 건 모두 건축을 잘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건축에서만큼은 계속 벽을 느낀다. 사람들이 생활하고 경험하는 공간이 다른 예술 작품처럼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왜 건축에만 몰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예전에는 건축가로 불리기를 바랐지만 이제는 ‘소통을 해주는 역할’로 건전한 연결고리가 되고 싶고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실제로 경제적 여유가 없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대학생을 모아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1000여만원의 경비를 모두 자신이 부담했다.

지난해 결혼한 배우 엄지원과의 결혼생활을 묻자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존재의 이유라는 걸 깨달았다”며 슬며시 웃었다.

오영욱의 ‘지중해에서의 마지막 오후’. 2014년 5월 배우 엄지원과 결혼한 후 신혼여행을 떠났던 유럽 지중해 인근 숙소에서 그린 연필 스케치다(사진=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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