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마켓워치]<8>40년 美채권 강세장은 끝날까

그로스·건드라크도 틀린 `채권 강세장 종언` 또 등장
경기회복 기대에 美국채발행 증가→장기금리 상승
미국 장단기금리差, 2년 8개월만에 최대폭으로 확대
인플레 기대 회복도 한몫…금리 상승압력 커질수도
연준 YCC 도입시 금리제어…경기회복 강도가 변수
  • 등록 2020-06-06 오전 8:07:00

    수정 2020-06-06 오전 8:07:00

작년말 이후 날로 가팔라지는(steepening) 미국 국채 채권수익률 곡선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유동성은 어딘가에서 나와야 합니다. 우리가 공짜점심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으로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얘긴 아니지만, 결국 그 고통은 채권시장 투자자들이 겪게 될 겁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제러미 시겔 교수는 지난달 말 미국 방송에 출연해 최근 40년간 이어져 온 채권시장의 강세장이 끝났음을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투자의 미래>라는 책으로 유명한 시겔 교수는 주식시장의 장기 대세상승을 설파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증시 강세론자입니다.

사실 `채권 강세장의 종말` 그 자체는 그리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져 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와 장기 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릴 것임을 알렸던 지난 2013년 6월의 `긴축 발작(Tapering Tantrum)`과 10년 만에 단행된 첫 기준금리 인상이 있던 지난 2017년 `채권왕`으로 불렸던 빌 그로스와 그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은`신(新) 채권왕` 제프리 건드라크는 잇달아 채권 강세장의 종언을 선포했지만, 1년도 채 안돼 너무 성급한 전망이었음이 입증되고 말았습니다.

그로스, 건드라크와는 달리 이번엔 그 예언이 적중하길 원하는 시겔 교수는 역설적으로 채권금리를 이렇게 낮은 수준까지 떨어뜨린 유동성의 힘이 채권 강세장을 끝내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러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


그는 말합니다. “채권시장은 무려 40년간 강세장이었죠.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채권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걸 보게 될 겁니다”라고. 또 “연준이 오랜 기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단기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겁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고자) 연방정부와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이 뿌려댄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면서 채권금리를 끌어 올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구매력 감소로 인해 채권투자자들이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그리곤 지난 3월4일 1.0% 아래로 내려온 이후 같은 달 9일 일시적으로 0.32%까지 내려갔던 10년만기 국채금리가 역사적 저점이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그리고 시겔 교수의 발언 이후 횡보하며 오르내리던 미 국채금리는 5월말을 기점으로 완연히 윗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4월20일까지만 해도 1.17%에 불과했던 30년만기 미 국채금리는 5월29일에 1.41%까지 올라가더니 간밤 깜짝 고용지표에 1.72%대로 뛰어 올랐습니다. 3월초 이후 석 달여만에 최고치입니다. 10년만기 미 국채금리도 0.902%까지 뛰면서 3월2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반면 1개월만기 국채금리는 0.13%으로 여전히 제로(0)를 살짝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만기 2년까지 금리 차이(=스프레드)를 거의 두지 않고 평평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장단기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채권수익률 곡선이 눈에 띄게 가팔라지고 있습니다.미국 내에서 통상 장단기 금리 차이를 평가할 때 가장 흔히 사용되는 30년-2년 스프레드는 1.37%포인트를 기록하며 지난 2017년 10월 이후 무려 2년 8개월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습니다.

특히 3월초부터 연준이 장기채를 포함해 1조6000억달러나 미 국채를 매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건 분명히 미 국채시장 내에서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통상 채권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면(=장단기 금리차이가 확대되면) 경기 호전의 징후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시장참가자들이 앞으로의 경기가 좋아지고 총수요가 살아나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것을 예상해 장기채권을 내다 팔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더 빨리 오르기 때문입니다. 통화당국이 정책금리를 조정할 때 단기금리는 이를 즉각 반영하지만 장기금리는 향후 경기 향방에 따라 움직이며 스프레드를 유지하는 겁니다. 그래서 장단기 금리차이는 경기선행지표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됩니다.

다만 지금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역대급으로 좋지 않은데요, 이런 상황에 왜 장기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걸까요.

미국 근로자들의 평균 시간당 임금이 가파르고 뛰고 있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우선은 경제활동 재개로 인해 미국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탓입니다. 실제 간밤에 나온 5월 노동부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깬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비농업 취업자가 4월 2068만개 감소에서 5월엔 250만개 증가로 급선회하며 미국 역사상 월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또 실업률도 13.3%를 기록하며 1.4%포인트나 내려갔습니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사상 유례없는 재정부양책을 쏟아붓는 탓에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장단기 금리차 확대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미 정부는 2분기에만 2조9900억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고 3분기에도 8000억달러 정도 국채를 찍어야할 판입니다. 이를 위해 국채 10년물은 물론이고 30여년만에 처음으로 20년물까지 찍고 있습니다. 장기국채 발행물량이 늘어난다는 건, 공급 증가로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국채가격 하락=국채금리 상승)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연준과 미국 정부의 돈 풀기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입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4월중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인 3월에는 1.5%가 넘는 상승률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고 식료품 가격도 크게 뛰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저임금 근로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용시장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평균 임금은 크게 높아졌구요. 미중 간 무역전쟁이 고조되면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소지도 있습니다.

결국 경제가 우려하는 만큼 나쁘지 않고 유가가 지속적으로 반등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생겨나는 걸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실제 10년만기 미 국채금리와 동일만기 물가연동국채 간 금리 차이인 10년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BEI)은 1.2% 수준으로, 한 달간 30bp 정도 높아졌습니다. 아직 높진 않지만, 시장 내 인플레이션 기대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연준이 자산매입을 늘린다는 건, 본원통화를 늘릴 뿐 통화공급 자체를 늘리는 것은 아닙니다. 지급준비금이 늘어난 은행이 가계나 기업에 대출을 늘려야 통화공급이 증가하는 것인데, 최근 미국내 통화승수는 하락을 감안하면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 개인소비지출과 GDP성장률, 10년만기 국채금리 변동


게다가 연준은 조만간 수익률곡선관리(YCC)라는 또다른 정책 카드를 꺼내들 것 같습니다. 이는 일본은행(BOJ)이 현재 쓰고 있는 정책수단으로, 중앙은행이 특정 만기의 금리를 일정 수준 목표치 내에서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시장금리를 직접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기준금리를 -0.1%를 정하고 있는 일본 BOJ는 10년만기 국채금리가 0%를 넘지 않도록 금리가 뛸 때 국채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면서도 10년만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이 카드를 꺼내든다면 미국에서도 국채금리가 급등할 위험은 크게 낮아질 것 같습니다. 늘어나는 국채 발행으로 인한 금리 급등 가능성을 미연에 막자는 계산일 겁니다. 물론 이는 채권 장기투자자들에게 미 국채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미 채권 강세장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느냐는 앞으로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쇼크에서 얼마나 빠르게 벗어나 정상수준을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에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지출에 따라 GDP 성장률은 결정되고. 이 성장률에 따라 미 국채금리의 방향성도 결정돼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장기금리를 중심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올라가면, 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들이 적극적인 대출 행태를 보인다는 전제 하에서) 실물경제에도 더 많은 돈이 돌 가능성이 커집니다. 미 달러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구요. 이는 위험자산 선호를 낳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금리가 너무 급하게 올라간다면 이와 연계된 모기지금리나 학자금대출금리 등이 뛰면서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향후 금리의 방향성이나 상승폭과 속도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 채권시장을 약세장으로 내몰 수 있는 3가지 재료 모두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현실화 할 확률은 아직까지 크게 높진 않다고 봅니다. 다만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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