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단독]이마트 '제주소주', 골든블루에 팔리나

2016년 인수후 670억 쏟아부어도 매년 적자 커져
매각방침 후 인수자 없어 한때 청산 검토도
사업다각화 꾀하는 ‘골든블루’ 인수의향 밝혀
  • 등록 2020-07-11 오전 8:00:00

    수정 2020-07-13 오전 11:15:36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이마트가 야심차게 진출한 소주시장에서 4년 만에 철수한다. 한때 ‘이마트 소주’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돈 먹는 애물단지’가 된 제주소주를 골든블루에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업체 골든블루는 지난 3일 제주소주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액은 250억원, 제주소주 전 직원 고용승계 및 유지 조건을 제시했다.

골든블루 측은 제주소주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위해 제주소주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고, 실사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이마트는 제주소주 매각추진을 부인했지만 업계에서는 매각 방침을 기정사실화 하는 상황이다. 이마트가 실적 악화로 수익성 제고를 위해 사업재편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 회복하는 듯했지만 4분기 또다시 적자 전환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이마트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5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4%나 감소했다.

위기감을 느낀 이마트는 지난해 10월부터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이익이 나지 않는 삐에로쑈핑, 부츠를 완전히 철수했다. 그다음 타자가 제주소주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었다.

이마트는 2016년 12월 제주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하며 소주시장에 진출했다. 이마트의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는 판단에 2017년 ‘푸른밤’ 소주를 출시했지만 소주 시장의 벽은 높았다. 제주소주의 매출은 2016년 2억원에서 지난해 48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9억원에서 14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마트는 이 기간 동안 6번의 유상증자로 총 670억원의 자금수혈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제주소주의 지난해 기준 국내소주 시장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내부적으로 매각방침을 세우고 인수업체를 찾고자 했지만 적당한 곳이 없어 최근까지 기업청산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가 골든블루에서 인수의지를 밝혀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마트가 올해 수익성 강화와 효율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며 “제주소주도 그런 방향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제주소주 인수 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골든블루 사피루스
골든블루는 2009년 국내 최초 36.5도 저도 위스키 ‘골든블루’를 출시하고 위스키 시장에 진출, 현재 위스키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위스키시장이 수년째 침체해 골든블루도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골든블루가 덴마크 맥주 칼스버그에 이어 그림버겐을 수입·판매하고, 지난달 1일 고급 증류주 ‘혼’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골든블루에 제주소주 인수는 소주 라인업 확대라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골든블루의 본사와 공장이 부산에 있고, 제주에 있는 제주소주는 지리적으로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섰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주소주 내부 직원들은 골든블루로의 인수 소식에 반발하고 있다. 제주소주가 청산되면 직원들은 이마트 소속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골든블루에서 직원들의 고용승계 조건을 내건만큼 반대할 명분은 없다. 하지만 이마트와 골든블루의 직원처우에 차이가 있어 내부적으로는 아쉬움이 큰 분위기다. 제주소주는 직원들이 동요하자 전체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아직 확정된 것이 없으니 업무에 집중하길 바란다”며 “회사의 방향이 결정되면 사원 설명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골든블루는 올해 1분기 기준 자산은 1265억원, 매출은 211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했다. 박용수 회장이 16.61%(우선주 포함)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그의 부인인 김혜자 씨가 16.65%, 자녀인 동영 씨와 소영 씨가 각각 25.09%씩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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