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은행장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장마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경고하며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기존 전방위 지원 방식이 아닌 선별적 지원 방식으로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은행은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저신용 등급 포함 회사채를 사들이는 특수목적기구(SPV)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특정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설립되는 SPV는 산업은행이 출자와 후순위 대출을 통해 2조원을 부담하고, 한은이 8조원을 선순위 대출해 총 1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산은이 출자하는 1조원은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해 마련한다.
매입대상은 회사채의 경우 신용등급 AA~BB등급, CP·단기사채는 A1~A3 등급이다. 우량 및 A등급 위주로 매입하되 BBB등급 이하 채권도 매입에 나선다. 다만 BB등급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경우로 한정된다.
특히 국회에는 이번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향후 한은이 국가재난 등 위기 기업의 회사채를 매입하는 긴급여신 지원 기구를 직접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산은 산하의 SPV를 통해 우회 지원하는 방식보다 신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 연준과 같이 금융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중앙은행의 경우 평소에도 은행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은행 대출의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고 지원에 나설 수 있는 것”이라며 “개정안과 같이 한은이 직접 SPV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금융감독 권한을 이전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와 함께 산업은행에서 담당하고 있는 정책금융을 어떤 속도로 줄여나갈지 등이 복합적, 장기적 플랜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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