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만 믿고 있기엔…" 선별지원 카드 꺼내든 한은

이주열 "코로나 소나기 아닌 장마…지원방식 바껴야"
회사채 매입기구 가동 눈앞…한은, 캐피탈콜방식 대출
한은 SPV설립 개정안까지…"장기플랜으로 논의돼야"
  • 등록 2020-07-14 오전 5:00:00

    수정 2020-07-14 오전 5:00:00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금융권이 기업을 지원하는 데도 지금처럼 전방위·무차별적 지원을 계속할 수 있는지, 접근 방식을 바꿔 지원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은행장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장마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경고하며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기존 전방위 지원 방식이 아닌 선별적 지원 방식으로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은행은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저신용 등급 포함 회사채를 사들이는 특수목적기구(SPV)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특정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설립되는 SPV는 산업은행이 출자와 후순위 대출을 통해 2조원을 부담하고, 한은이 8조원을 선순위 대출해 총 1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산은이 출자하는 1조원은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해 마련한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된데 이어 지난 8일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의 자회사 설립을 승인했다. 산은 이사회가 최종적으로 SPV 설립을 의결하면 SPV는 돛을 올리게 된다. SPV의 구체적 운영 방식과 지원대상은 정부와 산은, 한은 등이 공동으로 구성하는 투자관리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 한은이 지원하는 자금은 일시에 납입하는 형태가 아닌 SPV가 요청시마다 금통위 의결을 거쳐 지원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매입대상은 회사채의 경우 신용등급 AA~BB등급, CP·단기사채는 A1~A3 등급이다. 우량 및 A등급 위주로 매입하되 BBB등급 이하 채권도 매입에 나선다. 다만 BB등급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경우로 한정된다.

특히 국회에는 이번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향후 한은이 국가재난 등 위기 기업의 회사채를 매입하는 긴급여신 지원 기구를 직접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산은 산하의 SPV를 통해 우회 지원하는 방식보다 신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경우 한은이 지원 대상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융감독원으로 이전돼 있는 금융감독권을 다시 가져오는 문제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 연준과 같이 금융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중앙은행의 경우 평소에도 은행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은행 대출의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고 지원에 나설 수 있는 것”이라며 “개정안과 같이 한은이 직접 SPV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금융감독 권한을 이전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와 함께 산업은행에서 담당하고 있는 정책금융을 어떤 속도로 줄여나갈지 등이 복합적, 장기적 플랜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SPV 재원조달 구조.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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