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수첩]은행은 재택근무 말라는 당국

  • 등록 2020-07-29 오전 5:57:00

    수정 2020-07-29 오전 5:57:0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구글·애플 등 글로벌 IT 공룡들은 특히 적극적이다. 국내에선 LG유플러스가 주3일 재택근무를 도입해 화제가 됐다.

보수적인 문화의 은행도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난 2월 금융사 임직원도 원격접속을 통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비조치 의견서’를 발송했다. 비조치 의견서는 금융사가 하려는 특정 행위에 대해 금융감독원에서 제재 조치의 여부를 답변해줘 불확실성을 없애주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해도 문제삼지 않겠다고 확인서를 써준 셈이다.

그런데 금융당국도 최근 입장이 바뀌었다. 한 시중은행이 코로나가 끝나도 원격접속을 통한 재택근무를 계속할 수 있느냐고 금감원에 질의를 했더니,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규정 때문이라고 한다. 현행 ‘전자금융감독규정’(금융위원회 고시)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보안을 위해 망분리 환경을 갖추는 게 기본 원칙이다. 사이버 위협과 정보유출 등을 막기 위해 통신회선을 업무용(내부망)과 인터넷용(외부망)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에서는 망분리 원칙의 예외사유로 인정해 원격접속을 허용해줬지만, 코로나가 완화되면 더는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질의를 한 시중은행은 지금보다 안전한 재택근무 시스템의 구축을 추진 중이었는데, 일단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완전히 가능성을 닫은 건 아니다. 은행은 물론 핀테크 기업에서도 망분리 원칙의 예외를 확대해달라는 의견 개진이 많았다고 한다. 금감원도 예전보다 보안 위험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고 관련 규정의 개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하지만 속도가 아쉽다. 상시 재택근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금융회사가 충실하게 준비하기 어렵다. 시대흐름에 맞는 유연한 사고와 빠른 실행력이 뒷받침되야 금융제도와 감독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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