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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시무룩한 여자의 단발머리를 장식한 건 시들어가는 꽃송이다. 장식이라기보다 그저 얹어뒀다는 게 맞을 거다. 보통 이런 행위가 나오는 건 상실감 때문일 터. 그 상실감은 대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거고. 게다가 작가가 신모래(32)라니, 틀림없을 정황이 잡힌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하는 작가의 무기는 ‘핑크색 디지털 일러스트’다. 그 핑크빛 무기로 젊은 남녀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그려내는데. 사실 작품의 묘미는, 허를 찌르는 반전에 있다. 꽃분홍 배경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고 외롭고 쓸쓸하고 허탈하고 공허한 감정을 푹 재워두는 거다.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노블레스컬렉션서 여는 개인전 ‘너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연인 그리고 적’(Your Only Lover, Friend, Enemy)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30×130㎝. 작가 소장. 노블레스컬렉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