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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고즈넉한 산사 어디쯤이려나. 바위그릇이 나란히 놓였다. 묵직하게 자리만 지키나 싶지만 결코 무위는 아니다. 물과 물을 잇고 있으니. 저 깊은 근원에 고여 있을 무형의 형체를 묵묵히 세상 밖으로 꺼내는 중이니까. 작가 이상표(61)가 붓으로 끝내 들리게 한 저 소리 ‘소통’(2020)은 물과 바위의 끊임없는 대화였나 보다.
작가는 전문경영인 출신이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기 전무, 신한다이아몬드 사장까지 역임했더랬다. 그러던 그가 뒤늦게 붓을 잡은 건 어릴 적 화가의 꿈을 끝내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정작 실행에 옮긴 건 퇴직한 이후였지만 말이다.
11월 3일까지 서울 서초구 효령로72길 한전아트센터서 여는 개인전 ‘길, 고향산천 그리고 여행’에서 볼 수 있다. 일상이 가려온 진경, 한반도 산수의 사계절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 60여점을 걸었다. 수묵담채. 106×135㎝. 작가 소장·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