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신뢰도 낙제점…“경영평가 국민 편익중시 개편해야"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최현선 공공기관 경영평가 단장, 공공기관 혁신 제언
관료 중심 공공기관 폐쇄성·획일적 경영평가 바꿔야
첫 단추는 공운법 개정, 국민 중심 경영평가 도입해야
사회적 가치 강화하고 공운위 민간위원 역할 강화해야
  • 등록 2020-11-13 오전 5:00:00

    수정 2020-11-13 오전 5:00:00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8월29일 강원도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2018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상생과 협력과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 공공기관의 경영철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청와대 제공]
[최현선 공공기관 경영평가 단장·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공기관의 사회적·경제적 기능과 역할 변화에 대한 공론화가 시급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혁신, 국민이 참여하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문제 본질은 관료 폐쇄성·획일적 경영평가

우선 공공기관의 현실을 진단해보자. 우리나라 전체 공공기관의 사업 규모는 647조4000억원(2018년 기준)으로 정부 예산보다 많다. 그만큼 공공기관이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4.0 만점에 2.3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100점 만점에 58점 수준인 셈이다.

이는 관료 중심의 폐쇄적 관리체계와 단기 실적 중심의 획일적 경영평가 체계 때문이다. 획일적 공공기관 평가로 인해 과도한 실적 경쟁이 유발됐다. 국민 편익을 중시하는 공공성과 다양성은 훼손됐다. 공공기관 통제 위주의 관리 체제로 공공기관의 경영 자율성, 창의성, 책임성은 약화됐다.

예를 들어 경영평가 성과급(2016년 기준)이 한전(015760)은 약 2820억원, 철도공사는 947억원, 가스공사(036460)는 389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평가는 국민을 위한 공공성·공익성 수준을 평가하는 게 본래 취지다. 하지만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에 목매는 상황을 보면 경영평가가 성과급을 위한 경쟁의 장으로 변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공공기관의 이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은 필수 사안이다. 340개 공공기관과 42만명 임직원(2020년 3분기 기준)에 대한 관료 중심의 폐쇄적 관리체계를 좀 더 투명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 국민 편익 관점으로 공공성과 다양성을 회복시켜야 한다.

공공요금 평가하고 중장기 경영평가 도입해야

공운법 개정안에는 3가지 제도개혁안이 담겨야 한다. 우선, 1984년 도입돼 올해로 37년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핵심은 국민 편익 중심의 경영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한전(015760)·철도공사·가스공사(036460)에 대한 경영평가에서 국민이 내고 있는 이용 요금에 대한 평가는 없다. 앞으로는 요금도 평가에 반영해 서비스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중장기 평가도 도입해야 한다. 현재는 매년 6월 전년도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 결과를 내놓는다. 이렇다 보니 공공기관들이 중장기 성과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게 된다. 앞으로는 중장기 성과관리 평가지표를 도입했으면 한다. 공공기관이 장기적으로 집중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3년이나 5년 단위로 중장기 평가를 했으면 한다.

둘째로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4년 6월 국회의원 당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가치’를 인권, 노동권, 근로조건 향상, 안전, 생태,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신자유주의 패러다임 하에서 공공기관에 지나치게 효율성이 강조됐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 간 경쟁 및 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가 계속됐다. 효율성, 수익성 중심의 경영평가로 공공기관의 공공성에 대한 책무, 정부 정책의 효과는 약화했다. 국민의 체감·참여라는 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제는 공공기관이 공공성 원칙을 지키고, 경영평가단은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 평가 순위로 설정해야 한다. 경영평가단의 독립성, 예산운영 결정권이 더 확대돼야 한다. 공공기관 주요 사업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쪽으로 더 집중해야 한다. 특히 준정부기관의 경우에는 주요사업·경영평가에서 사회적 가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올해 역대 최연소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을 맡은 행정 전문가다. △1970년생 △연세대 행정학 학사·석사, 미국 남가주대 정책학 박사 △행정개혁시민연합 정책위원회 도시정책 위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정부업무평가 국정과제평가 전문위원 △서울시 학술용역심의회 위원 △2020년 기획재정부 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장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민간 공운위원 역할 강화하고 전문가 영입해야

셋째로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와 기재부 조직을 혁신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현안을 심의·결정하는 공운위 민간위원의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는 기재부 장관이 공운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재부 장관은 교수, 연구원, 법률가, 임원, 회계사, 전직 공무원 중에서 민간위원을 추천한다.

반면 정부업무평가위원회를 비롯해 정부의 많은 위원회는 민간과 공동으로 위원장을 임명하는 경우가 많다. 공운위에도 민간위원 부위원장직을 신설하거나 분과별 전문위원을 도입해 민간위원 역할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민간위원에게 정책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민간위원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공운위 운영을 활성화하는 게 필요하다.

기재부 내부 구조에 대한 재설계도 고려해볼 수 있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혁신사례를 도출하도록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를 장기전략국에서 공공정책국으로 이관하고, 장기전략국과 공공정책국을 합쳐 공공혁신실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공공정책국장을 경력개방형으로 전환해 민간인 전문가를 채용하는 방안도 있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공공기관 연구·평가전문기관을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현재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행정연구원 등으로 공공기관, 재정사업, 정부업무평가가 뿔뿔이 흩어져 있다. 이를 통합해 독립기구인 국가평가원을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공공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공공기관 지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공공기관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혁신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은 국민 참여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

공공기관 임직원이 41만594명을 기록했다. 2020년 3분기 기준. 단위=명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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