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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의 용광로’…이민이 만든 세계 경제수도
이민역사 200년을 자랑하는 뉴욕엔 200여개국에서 모인 330여만명의 이민자들로 북적거린다. 그들의 힘은 실로 거대하다. 미국 기업가정신연구소(CAE)가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2017년 미국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 주요 기업의 약 43%가 이민자 1세대 또는 2세대에 의해 창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 업종에선 46%에 달한다. 조사를 진행한 CAE조차 “놀라운 결과”라며 “정책 입안자들은 ‘드리머(미성년자 때 미국에 불법 입국한 청소년)’ 80만명의 운명에 대해 더 숙고해야 한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다양성만으로 뉴욕의 힘을 설명하긴 부족하다. ‘교육’이 뒷받침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 게 뉴요커들의 설명이다. 뉴욕 공립학교들은 같은 나라 출신 학생들을 한 반에 몰아넣지 않는다고 한다. 팀워크를 할 때도 다른 나라, 다른 지역 출신들을 골고루 섞는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New York metropolitan area·뉴욕시 중심 주변 대도시권) 소속의 조지워싱턴스쿨(GWS) 교사인 조나단 베가는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아이들 간 토론에서 더 나은 아이디어가 배출되는 걸 목격했다”며 “어릴 적부터 다양성의 중요성과 가치를 몸소 느끼게 해주겠다는 게 교육당국의 생각”이라고 했다.
지역 공공도서관에 단지 영어책들만 빽빽이 꽂혀 있는 게 아닌, 한국어를 비롯해 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 등은 물론 벵갈리어·아랍어로 쓰인 책들이 즐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지워터 공공도서관의 사서 스테파니 클레어는 “10만여권의 책 중 외국어로 쓰인 책의 비중은 약 5% 정도”라며 “현재 외국어 책 구매 비중을 10% 이상으로 늘린 만큼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맨해튼대학의 이준석 교수는 “나무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숲이 더 번창한다는 등의 연구결과를 보면 생태계에서도 다양성이 집단 전체의 활력을 높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이는 뉴욕시 교육정책의 근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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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이 ‘자립’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심’도 중요하다. 당장은 ‘골칫덩이’로 보일 수 있지만, 세대가 지나면 언젠간 생산적 ‘뉴요커’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최근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도입한 뉴욕시민증(IDNYC)이 가장 대표적이다. 합법적이든, 비(非)합법적이든 뉴욕에서 거주한다는 것만 입증하고, 간단한 인적사항만 적어내면 뉴욕 시당국이 누구에게나 발급해준다. 시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보잘것없는 이민자들이라도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얻으면 언젠가는 세금을 통해 이민 지원 비용을 단기간에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투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