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창작과 차별되는 '오리지널'의 힘

- 심사위원 리뷰
뮤지컬 '엑스칼리버'
신화 속 판타지 현실감 있게 재현
화려한 출연진, 높은 완성도에 박수
  • 등록 2019-07-18 오전 6:05:00

    수정 2019-07-18 오전 6:05:00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한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영국을 부를 때 그냥 ‘잉글랜드’라고 하면 안 된다. 잉글랜드는 영국의 한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어로 표기할 때는 ‘U.K.’ 혹은 ‘G.B.’라고 한다. ‘유나이티드 킹덤’(United Kingdom) 혹은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의 약자다.

영국은 4개 지역으로 이뤄진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즈 그리고 북아일랜드다. 영국의 뿌리가 궁금하면 웨일즈 남부의 콘월을 돌아보라는 말도 한다. 뮤지컬 ‘레베카’에 등장하는 맨들리 저택이 있는 곳이다. 우리로 치면 청정지역인 강원도에 비할 만한데,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땅끝마을 같은 랜즈엔드, 프랑스의 몽셀 미셀과 흡사한 세인트 마이클스 마운트 등 관광명소가 즐비하다.

절대 놓치면 안 될 명소도 있다. 틴타젤 성이다. 바로 아서 왕이 태어난 곳으로 여겨지는 장소다. ‘멀린의 동굴’ 같은 그럴싸한 기암절벽과 오래된 성곽 등이 방문객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민족 대이동으로 원래 영국에 살던 켈트족들은 바다 건너 침입한 앵글로색슨족과 분쟁을 치러야 했다. 중세 영국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하나의 국가로 통합한 것이 바로 아서 왕이다. 우리로 치면 단군 할아버지 같은 건국 신화가 얽혀 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6월 15일~8월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바로 그 이야기를 다룬다. 신화 속 판타지가 무대에서 현실감 있게 펼쳐진다. 전설의 검을 둘러싼 영웅담, 기네비어 왕비와 원탁의 기사 랜슬럿이 얽힌 삼각관계, 마법사 멀린과 아더의 배다른 누이 모르가나의 저주와 음모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는 최근 ‘오리지널 뮤지컬’이라는 용어를 활용한다. 국내에선 외국 배우들이 출연하면 ‘오리지널’이라는 정체 모를 수사로 포장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다르다. 무대에서 오리지널이란 초연 배우들이 등장하는 공연을 일컫기 때문이다. EMK가 말하는 오리지널은 창작과 차별되는 또 다른 형식을 의미한다. 외국 원작자의 물건에 판권을 확보해 국내에서 다시 완성된 뮤지컬로 만들어내는 제작방식의 통칭인 셈이다.

‘엑스칼리버’는 그래서 독특한 존재감을 지닌다. 스위스에서 첫선을 보였던 작품에 EMK 뮤지컬 특유의 비주얼 효과를 덧입혀 완성해냈다. 모르가나가 암흑의 주술을 통해 용을 부활시키는 장면은 그래서 우리 무대가 처음 선보인 이 뮤지컬의 백미다. 늘 그렇듯, 제작사의 전형적인 스타 캐스팅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강렬하다. 카이, 박강현, 도겸 그리고 무엇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준수가 가세한 무대는 꽤 안정적인 티켓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아서 왕이 소재로 쓰인 뮤지컬은 많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선보인 프랑스 뮤지컬 ‘킹 아더’도 있고, 코믹한 설정에 맞춰 각색한 몬티 파이튼의 ‘스팸어랏’도 마찬가지다. ‘엑스칼리버’가 지향하는 차별성은 아마도 거대한 세종문화회관 무대조차 빈틈없어 보이게 만든 현란하게 치장된 무대의 다양한 볼거리들일 것이다. 영국 건국의 신화를 장중하고 묵직하게 전하는 이야기 듣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웃는 남자’에 이어 남의 소재를 가져다 국내 제작진이 완성해 인기를 누리고 다시 해외로 판로를 개척하는 사례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무엇보다 초연이라 믿기 힘든 완성도에 큰 박수를 보낸다.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한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한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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