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유통가 달구는 공학도 CEO…남다른 DNA에 변화 바람

금융공학·경영학 석사 조승현 신송그룹 대표…곡물 트레이딩社로 탈바꿈
윤근창 휠라코리아 대표, 홀세일·스마트 오피스 도입…작년 사상 최대 매출
정성필 CJ푸드빌 대표, 부실 자산 정리로 흑자전환 기대감 높여
100대 기업 CEO 중 이공계 출신 40% 넘어
  • 등록 2019-08-16 오전 6:30:00

    수정 2019-08-16 오전 6:30:0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경영 DNA가 바뀐다. 4차 산업혁명시대, 융·복합형 사고가 중시되는 건 최고 경영자도 예외가 아니다. 미래 환경변화를 감이 아닌 데이터로 파악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는 낡은 관행은 새롭게 뜯어 고치거나 없앤다. 냉철하게 판단해 ‘이거다!’ 결론을 내리면 한 방향으로 강하게, 빠르게 밀어붙인다.

유통업계 늘고 있는 이공계 출신 CEO가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업의 체질 개선은 물론 위기에 몰렸던 기업을 살려내는 금손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신송홀딩스의 조승현 대표다. 그는 부친이자 창업자인 조갑주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은 뒤 신송그룹의 색깔을 바꿔가고 있다. 그룹의 모태인 소맥분사업을 정리하고 식품사업 매각을 추진키로 한 결정의 중심에 조 대표가 있다.

조 대표는 신송그룹을 곡물 트레이딩 전문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대 MBA(경영학 석사)와 MFE(금융공학 석사)를 취득한 조 대표가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2016년 쓰레기 밀가루 파동으로 위기에 몰린 그룹의 처지도 곡물 트레이딩에 주력하게 된 계기가 됐다.

조 대표는 자신의 전공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 2011년 홍콩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자신이 대표로 취임했다. 해외 곡물 트레이딩 시장에 본격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조 대표가 곡물 트레이딩에 주력한 이후 신송그룹의 곡물 매출 비중은 지난해 61.4%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는 75.8%까지 상승했다. 식품 기업에서 곡물 트레이딩 전문회사로 발돋움했다.

휠라코리아도 이공계 출신 CEO가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케이스다. 주인공은 윤근창 휠라코리아 대표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장남인 그는 카이스트 컴퓨터 공학 석사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MBA를 수료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윤 대표는 휠라USA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007년 휠라USA에 입사한 윤 대표는 3년 만에 회사를 흑자전환으로 이끌었다. 당시 윤 대표는 신발 편집매장에 납품하는 홀세일(도매판매) 방식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2015년에는 휠라USA의 매출이 인수 당시보다 10배나 커졌다.

2015년 휠라USA의 성공을 뒤로하고 휠라코리아에 합류한 윤 대표는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우선 미국에서 성공한 홀세일 도입을 밀어붙였다. 주로 백화점, 대리점 등에 납품하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행보였다. 이를 위해 2016년 홀세일본부를 설립하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9550억원, 357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그가 주도한 신발사업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2016년 리브랜딩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내놓은 ‘코트디럭스’와 ‘디스럽터’는 인기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10~20대 사이에서 열광적인 수요를 이끌어내며 ‘아재 브랜드’ 이미지를 벗는데 성공했다. 현재 휠라코리아의 매출 중 신발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내부적으로는 업무 효율화에 착수해 서울 서초동 사옥을 400억원에 매각하고 천호동 셋방살이를 시작했다. 300여명의 전 직원에게 쾌적한 업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또 사내 문서는 MS오피스 대신 구글 문서로 통일해 언제든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스마트 오피스를 구축하면서 업무편의성과 신속성 등을 모두 높였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는 또 다른 공학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디자이노블의 신기영 대표다. 신 대표는 포항공대 출신으로 패션기업을 창업했다. 공학과 패션, 언뜻 생경한 조합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국내 패션 대기업인 한섬의 산하 브랜드 중 SYJP가 디자이노블의 기술을 활용해 2019 봄/여름 시즌 신상품 ‘디노 후드티’를 판매하기도 했다.

SYJP가 디자이노블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인공지능(AI) 디자이너 때문이다. 신 대표는 창의IT융합공학 전공을 살려 AI 디자이너를 개발했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성향과 트렌드를 파악한 후 AI가 직접 디자인한다. 공학도와 패션이 만나 새로운 개념의 상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정성필 CJ푸드빌 대표는 성균관대 화학공학과를 전공했지만, 재무 전문가로 유명하다. 삼성SDS와 CJ시스템즈, CJ헬로, CJ CGV 등에서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자금흐름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재무통인 그는 현재 CJ푸드빌의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빕스와 계절밥상의 매장 수를 줄이고 해외 자회사를 정리하는 등 부실 자산을 털어내며 재무전무가로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올 상반기 CJ푸드빌은 1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부터 이어져온 적자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공계 출신 CEO의 활약은 재계 전반에 걸쳐 두드러지고 있다. 코스닥협회가 최근 밝힌 CEO들의 평균 모델은 ‘55.2세 서울대 이공계열’로 나타났다. 코스닥이 벤처기업 중심이라는 점이 조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공계열이 45.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상경계열 38.5%, 인문사회계열 8.5% 순으로 집계됐다.

재계 100위권으로 좁혀도 이공계열 출신의 CEO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현대경영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94년 28.3%에 불과했던 이공계열 출신 비율이 2019년 41.8%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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