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저자 연구윤리 도마 올라…제도 개선보다 윤리의식부터 제고

조국 법무부 장관 등 사회 지도층 자녀 논문 저자 등재로 논란 확산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 연구윤리 부적절행위 중 가장 심각"
연구재단, '저자 표시 가이드라인' 제정 추진
연구 부정 행위자 실명 공개·'국가윤리위원회' 설치 주장도
  • 등록 2019-09-20 오전 6:00:00

    수정 2019-09-20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사회 지도층 자녀들의 선물저자(Gift author) 논란이 커지며 연구계에서 논문 부당 저자와 관련한 연구윤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와셋(WASET), 오믹스(OMICS) 등 해외 부실학회 참가 문제가 터지면서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른 연구계가 이번에는 또 다른 형태의 연구 윤리 문제인 부당 저자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하지만 부당 저자는 비단 이번에 특별히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암암리에 횡행했던 문제가 유력 인사들이 연루되면서 논란이 확산됐을 뿐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9월 개최한 ‘연구윤리 대토론회-연구윤리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과총.
연구재단 설문조사, 응답자 51.1%가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 ‘심각하다’ 답변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10여년간 총 50개 대학 87명의 교수가 139건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했다. 이 중 대학 자체조사 결과 총 5개 대학 7명의 교수가 12건의 논문에 자신의 자녀가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공저자로 등재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학이 연구부정이 아니라고 판단한 127건에 대해 교육부가 검토자문단을 구성해 조사한 결과 85건은 검증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이 중 국가 연구비가 지원된 51건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에 통보해 재검증을 하도록 요청했다.

한국연구재단이 연구윤리 문제에 대한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 2월 재단의 과제를 수행 중인 대학 교원 2181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구윤리 부적절행위 중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행위는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였다.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가 ‘심각한 편임’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34.6%(755 명)였고 ‘매우 심각함’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16.5%(359 명)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51.1%(1114 명)가 부당한 논문저자표시가 심각하다고 답한 것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손님저자·선물저자·유령저자 등 다양…논문 성과 연구자 진로에 큰 영향 끼쳐 ‘민감’


부당한 저자는 크게 연구 프로젝트나 출판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저자로 표시되는 경우와 반대로 실질적인 기여를 했음에도 저자 명단에서 배제되는 경우로 나뉜다. 손님저자(Guest author), 선물저자(Gift author), 명예저자(Honorary author), 유령저자(Ghost author), 강요저자(Coercion authorship), 상호지원저자(Mutual support authorship), 중복저자(Duplication authorship) 등의 다양한 이름을 가진 이들이 바로 부당 저자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저자인 듯 저자 아닌 저자 같은 저자’가 생겨나는 걸까. 인문·사회과학 논문의 저자와 달리 자연과학은, 특히 오늘날의 경우엔 논문이라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수행하는 연구를 한 사람이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또 자연과학의 저자는 단순히 논문을 쓴 사람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제공 등 실제 논문에 지적 기여를 한 사람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에 저자 등재를 두고 인식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저자 등재 여부는 물론 등재 순서도 향후 개별 연구자의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것은 때론 예민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 박사학위 취득이나 연구기관에서의 승진, 영년직(tenure)을 결정하는 데 논문 성과는 중요하다. 논문저자 표시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자연과학 분야라고 하더라도 공통되고 명확한 저자 기준이라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각 학술지 발행 출판사나 학술단체별로 자체 권고 규정을 갖고 있기는 하다. 그 중 생의학 분야에서 대표적인 기준으로 거론되는 것이 국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ICMJE) 권고안이다. ICMJE는 연구 구상이나 설계에 실질적인 기여 또는 연구를 위한 자료 획득·분석 또는 해석 등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저자로 정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윤리규정이라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학문 분야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실장은 “입자물리학이나 게놈프로젝트 등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저자만 수천 명이고 경우에 따라선 저자명이 논문 내용보다 많은 때도 있는데 만약 ICMJE 기준을 적용할 경우 대부분 저자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2월 재단의 과제를 수행 중인 대학교 교원 2181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중 일부. 표=한국연구재단.
연구재단, 저자 가이드라인 제정 준비 중…“국가윤리위원회 설치해야” 목소리도

연구재단은 부당 논문 저자 표기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규범 홍보와 함께 전 학문에 적용할 수 있는 저자 가이드라인 제정을 계획 중이다. 김 실장은 “적어도 몰라서 부당한 논문 저자 등재가 없도록 국제적으로 준용되는 관련 규범들을 홍보하고 있다”며 “이어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에서 모든 학문에서 따를 수 있는 저자 표시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당 저자 등 연구윤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보다는 연구자들의 연구 윤리와 관련한 인식 제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연구계 중론이다. 윤리는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연구계 일각에서는 민관 합동으로 ‘국가윤리위원회’ 같은 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은성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대학은 대형 연구 프로젝트의 스타 교수들에게 징계를 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연구비 삭감 등 여러 불이익을 우려해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오히려 대학에 자율권을 줘 연구윤리 위반 교수들의 실명을 공개해 명예를 실추시킴으로써 추후 생길수 있는 부정 행위를 억제하는 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교수는 “정부 기관으로 ‘국가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관이 함께 위원회를 구성해 연구 윤리와 관련해 상시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연구 윤리 위반 행위를 점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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