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진' 표현 없앤다고 경제 좋아지나

11월 그린북서 ‘부진’ 표현 삭제 배경에 의문 제기
수출·투자 감소세 나아진 바 없어…고용도 양극화
정책 방향의 일관성 잃을 때 신뢰도 함께 잃을 것
  • 등록 2019-11-18 오전 6:00:00

    수정 2019-11-18 오전 6:00:0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최근 한국 경제 동향을 평가하는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표지가 녹색이어서 ‘그린북‘이라고 부른다)에 ‘부진’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정권의 입김에 경제팀이 눌려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현재 경기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걱정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내놓은 11월 그린북에서 우리 경제에 대해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7개월간 유지해온 “수출·투자의 부진한 흐름”이라는 표현을 바꾼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성장 제약’이 최근 우리 경제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봤다”고 했다.

사실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기재부가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단어를 배제할 수 있다는 관측은 이전부터 나왔다. 기재부는 그동안 ‘수출과 투자 부진’이라는 표현이 경기 전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처럼 비춰지는 데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해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굳이 지금 표현을 바꿀만한 계기가 있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재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등 주요 경제지표가 나온 만큼 지금이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바로 잡을 시점으로 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발표한 경제지표에서 한국 경제가 수출·투자의 부진한 흐름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0.4% 증가에 그쳤으며 전년동기보다는 0.2%포인트 하락했다. 수출은 11개월째 줄고 있고 건설투자도 감소세다. 취업자 수는 증가세지만 제조업과 40대 고용 부진은 심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발언 다음날 ‘부진’ 표현을 뺀 점도 공교롭다.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통령의 말 때문에 그린북 표현이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지만 자유한국당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청와대 위세에 눌려 할 말도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기재부가 그린북의 표현을 바꾸기보다 부진한 경제 흐름을 바꿀 수 있도록 경제 정책을 바꾸는 게 먼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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