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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실물경제 직격…百·免·호텔·마트 '울상'
오픈부터 줄 서던 '따이공' 증발…객실 취소도 이어져
대규모 행사 '스톱'…직원 무급 휴직 권고까지
  • 등록 2020-02-21 오전 6:45:00

    수정 2020-02-21 오전 11:00:50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이마트 은평점 계산대 앞이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사진=김무연 기자)
[이데일리 함지현 김무연 이윤화 기자]“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면세업계 관계자)

면세점 오픈 전부터 길게 줄을 늘어 서 있던 따이공(代工·보따리상)들이 자취를 감췄다. 백화점은 직원들이 쉴새 없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청소하고 있지만 손님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형마트는 대기 줄이 절반으로 줄었고 대규모 인원을 모아야 하는 행사는 물론, 호텔 객실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는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소비 채널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등 실물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일 주요 유통 업체들을 방문해본 결과 최근의 공포감을 반영하듯 어느 곳에서도 활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마트 매출 1위 점포인 이마트 은평점은 평소 십 수 명씩 줄을 서야 했던 계산대 대기줄이 없어졌다. 셀프 포장대도 한두 명만이 박스를 조립할 뿐 예전 같은 북적거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매장을 찾은 오 모(64·여)씨에게 이유를 물으니 인터넷 쇼핑을 할 줄 몰라 코로나19에 감염될지도 모르는 불안감에도 어쩔 수 없이 마트를 찾았다고 했다. 오 씨는 “생활을 이어나가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심정으로 마트에 온다”고 토로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부산했던 평소 분위기와 상반됐다. 특히 중국인 고객이 가득 메웠던 1층 식품 매장은 조용하기까지 했다. 일부 중국인 관광객이 여전히 마스크를 박스째 구입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소수에 불과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주를 이루는 면세점과 백화점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이미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액이 평균 40~50% 감소했는데 추가 실적 하락의 우려가 높다. SM면세점은 어려움이 계속되자 서울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까지 시행할 정도다.

따이공들이 오픈 시간 전부터 줄을 서 대기하던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오픈 이후 1~2시간이 지나도록 대규모 관광객들은 물론 따이공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중국인 고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패션 브랜드 휠라·MLB 매장에도 직원들만 상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인근 신세계백화점 상황도 비슷했다. 사계절 내내 북적이던 면세점 전용 입구는 개인 관광객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 탓에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은 조용히 문을 열었다. 평소 같았으면 대대적 행사로 자신들의 두 번째 면세점 오픈을 자축했겠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행사를 취소했다.

더욱이 면세점 업계는 이달 초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휴점과 개점을 반복하고 있어 실적 차질이 우려된다.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제주점,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이달 2~6일 문을 닫았다.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은 이달 7~9일 휴점했다. 시내 면세점은 하루만 문을 닫아도 수백억 원의 손해를 본다.

식당가도 마찬가지다. 평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기로 유명해 사전 예약이 필수인 신라스테이 서대문 뷔페 레스토랑인 ‘카페(Cafe)’는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빈자리가 보였다. 입구에는 직원이 직접 손님의 체온을 체크해 37.5도 이상의 열이 있는 손님의 입장은 제한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본점으로 향하는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안내문이 놓여있고, 고객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 (사진=이윤화 기자)
호텔업계도 울상이다. 5성급, 중·소형 할 것 없이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어서다. 관광객이 감소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호텔은 지난 1월 23일부터 현재 시점까지 전 체인 호텔에서 약 5만 실의 취소가 발생했다. 객실 예약뿐만 아니라 콘퍼런스 등 각종 회의 취소도 160건 가량을 넘어섰다. 특히 롯데호텔 제주는 객실 취소가 전체 예약의 30% 이상으로 국내외 관광객 급감의 여파가 심각했다.

이와 관련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개최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인 명동역 인근 중소 호텔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명동역 10번 출구에 위치한 세종호텔은 코로나19 이전 예약률이 85~80%에서 현재 55%까지 예약이 떨어졌다. 세종호텔 관계자는 “단기적 영향으로는 사드 직후보다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매출 급감이 더욱 크게 느껴질 정도”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에 정부는 여행업과 숙박업계에 특별융자 등 여러 금융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호텔업계 일선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대출이 몰리면서 융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A호텔 관계자는 “정부에선 다 지원해줄 것 처럼 말하는데 은행가면 창구가 막혀있다”며 “거래 은행을 통해서 융자를 받으려고 해도 본점에서 숙박업과 음식업 여신 한도를 줄였다며 다음달에 보자고 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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