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WC 대표팀 가족 인질 삼아 협박…"국가 안 부르면 고문"

미국 CNN, 29일 이란 선수단 소식통 인용 보도
"이란혁명수비대, 미국전 앞두고 국가 제창 강요"
"대표팀, 정부 감시 속 외부인 접촉 차단된 상태"
  • 등록 2022-11-29 오후 2:32:32

    수정 2022-11-29 오후 2:32:32

[이데일리 스타in 이지은 기자]이란 정부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대표팀 선수단에게 국가 제창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가족들에게 고문이 가해질 수 있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선수들에게 귀국 후 처벌 가능성을 경고한 데 이어 가족까지 볼모 삼으며 위협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 (사진=Xinhua/뉴시스)
미국 CNN은 29일(한국시간) 이란 대표팀 소식통을 인용해 “선수들이 미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거나 정치적 시위에 동참할 경우 이란에 있는 가족들이 감금되거나 고문 받게 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란 대표팀은 지난 21일 잉글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침묵 시위’를 펼쳐 국제 사회의 이슈가 됐다. 그러나 25일 웨일스와의 2차전에서의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여전히 입을 다문 선수들도 있었지만, 몇몇은 국가에 맞춰 작게 읊조렸고 일부는 적극적으로 따라부르기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이란혁명수비대(IRCG)가 잉글랜드전이 끝난 뒤 선수들을 소집해 강하게 압박했기 때문이다. 당초 이란 정부는 1차전을 앞두고 축구팀에게 큰 보상과 자동차 선물 등을 약속했지만, 국가 제창 거부의 수모를 겪자 곧바로 선수와 그 가족들에게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현재 이란 선수단은 IRCG 소속 요원 10여 명의 감시 속에 외부인과의 접촉이 차단된 상태로 전해졌다.

카타르에서는 이란 선수단을 향한 지지가 잇따르고 있지만, 고국으로 돌아가면 반정부 행위자로 분류돼 징역은 물론 최악의 경우 처형 가능성까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란 선수들이 국가 제창을 거부한 건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 해방 시위를 지지하는 차원이다. 앞서 9월 중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된 마흐사 아미니(22)가 사흘만에 의문사했고, 이를 계기로 촉발된 시위가 두 달 여간 지속되고 있다. 외신은 이번 시위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정권이 40년 만에 마주한 최대 규모의 반발이라고 평가한다.

마흐사 아미니를 추모하는 깃발을 든 이란 응원단. (사진=AP Photo/뉴시스)
한편 이날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가혹 진압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결성된 유엔 진상조사단과 “어떤 형태의 협력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무력 진압으로 최소 300명이 사망하고 1만 400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한 유엔 인권이사회는 25일 특별회의를 열고 진상조사단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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