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성폭력처벌법, 女화장실 침입 상가·술집은 처벌 못해

법조항에 '공중화장실' 침입만 처벌..술집 상가 등 적용 못해
입법 취지 살리기 위한 법 개정 필요 지적
  • 등록 2016-02-24 오전 6:00:00

    수정 2016-02-24 오전 8:16:28

서울북부지법 전경. 박경훈 기자
[이데일리 이성기 박경훈 기자] “성(性)적인 목적을 갖고 침입했지만 ‘공중화장실’이 아니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

불순한 의도는 같더라도 ‘장소’에 따라 성범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입법 취지를 살리도록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폭력처벌법상 공공장소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면서 성범죄로 단죄할 수 없는 허점이 생긴 탓이다.

지난해 5월과 7월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간 오모(32)씨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여성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법은 최근 오씨의 ‘몰카 촬영’혐의에 대해서는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했지만,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간 혐의(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에 대해서는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해 벌금 6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서울 노원구의 한 술집 여자화장실에서 여성의 용변 모습을 찍은 혐의로 기소된 장모(27)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씨는 7차례에 걸쳐 ‘화장실 몰카’를 찍은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에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행위 자체에는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했다.

이런 탓에 성적 목적을 위해 상가 건물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행위 자체도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상가 화장실의 경우 공중화장실로 보지 않는다. 성폭력처벌법상 ‘공중화장실’은 정부나 지자체가 설치한 화장실·공공기관에 설치된 개방화장실·이동화장실·간이화장실·유료화장실 등 5곳이다. 술집이나 음식점 등 개인이 소유하고 여닫을 수 있는 상가 건물 내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에 포함되지 않아 성적 욕망을 위해 들어갔어도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해 10월 공중화장실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화장실’로 개념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 가 자동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건조물침입죄에 비해 형량 자체가 낮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건조물침입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성폭력처벌법상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침입행위(제12조) 형량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법조계에선 죄형법정주의의에 따른 판결이지만 특례법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무법인 서울로의 금성호 변호사는 “성폭력 범죄 처벌 입법 취지에 비춰봤을 때 입법 공백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입법 보완을 통해 성범죄 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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