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가상화폐도 중독된다

  • 등록 2018-01-31 오전 6:00:00

    수정 2018-01-31 오전 6:00:00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상현실(VR)’이란 현실의 특정한 상황이나 환경을 컴퓨터를 통해 실제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구현하는 기술로, 최근 의학, 생명과학, 우주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기법을 융합·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가상현실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연일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가상화폐(암호화폐)의 등장과 이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가상화폐가 불러온 예상치 못한 현실을 정부는 어떻게든 막아 가상의 세계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청와대 국민 청원 22만 명이라는 현실이었다.

이 시점에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열기가 투자인지 투기인지, 혹은 향후 미래투자가치에 대한 갑론을박도 중요하지만 왜 이러한 현상이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더욱 시급할 것이다. 특히 투자자의 상당수가 앞으로 대한민국을 책임질 2030세대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잠시 시계추를 2015년으로 돌려보자. 많은 이들이 당시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가 본격적으로 계급사회로 진입했다고 본다. 당시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유행어가 ‘헬조선’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 단어는 ‘N포세대’, ‘수저 계급론’ 등으로 옷만 바꾼 체 아직도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나라는 부유하다고 하는데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기성세대가 과연 청춘이 흘린 땀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지’, ‘대한민국 청춘은 소수가 만들어 놓은 욕망의 거미줄에서 생동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등의 의문 속에서 말이다.

흔히 정글로 표현되는 사회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실제 있는 것처럼 보이나 존재하지 않는 가상공간이 더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 가상화폐는 그 현실을 뒤바꿀만한 강력한 치유제 혹은 희망으로 오인되기 쉽다. 설사 중독된다 하더라도….

최근 ‘비트코인 좀비’, ‘비트코인 자살’, ‘비트코인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가상화폐 투자를 하는 모든 사람을 다 문제가 있거나 중독자라고 말하는 것은 삼가야 하지만, 이에 대해 주의해야 할 부분은 있다. 우리가 흔히 ‘중독’이라고 하면 알코올, 마약, 니코틴 등과 같은 물질 중독을 떠올리지만, 도박의 경우와 같이 특정 행위를 지속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등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그 정도가 심하면 행위 중독이라고 부른다.

가상화폐 투자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몰입하면 사회생활이나 학업에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투자 실패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어 가족, 사회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또한 투자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나만 모르는 것 아닌가’, ‘이렇게 일을 해서 뭐하나’ 하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학업이나 사회생활에 대한 동기 저하 등의 곤란을 겪을 수 있다.

행위 중독 극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 즉 위험 요인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가상화폐의 경우 주식에 비해 24시간 거래되고, 등락폭이 커 중독성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중독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이 사라질 때 쉽게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고,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인당수 제물로 자신의 몸을 팔 수 밖에 없었던 심청의 상황이 스친다. 비트코인에 투자해 하루 종일 꿈을 좆는 우리의 청춘들에게 그러한 절박함이 있는 것은 아닐지. 심청은 용궁에라도 갔지만, 가상화폐는 청춘들에게 그 동화의 해피엔딩을 보장할 수 없기에 더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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