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올인하다 알바 전락…대졸 비정규직 254만명 '사상최대'

[사상최고 고용률의 그늘]
대졸 비정규직 254만5000명..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다
비정규직 16.9%(36만7000명) 늘어 2004년 이후 최대폭 증가
6년차 공시족 "공무원 외 다른 길 생각 안해..될때까지 도전"
  • 등록 2020-01-28 오전 3:00:00

    수정 2020-01-28 오전 3:00:00

[그래픽=이미나 기자]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신중섭 기자]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C(40)씨는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며 4년 넘게 허송세월 하다 공무원 시험에도 몇년을 매달렸다.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30대 중반이어서 뽑아주는 곳이 없었다. 고향 부모님 지원마저 끊긴 C씨는 편의점이나 당구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고용률은 사실상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수치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고령자 중심의 단기 일자리를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취업자수는 전년대비 30만1000명 증가했다. 이중 60세 이상이 37만7000명에 달한다. 60세 이상을 빼고 나면 오히려 8만명 가량 줄었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 일자리가 상당수 차지하는 제조업 부문에서 일자리가 8만1000개나 감소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2016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학 졸업장을 받아들고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거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이유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입이 숫자 부풀리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편의점 알바 하면서 대기업 취업 준비

지난해 12월 취업자수는 51만6000명 늘면서 5년 4개월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연간 일자리로 30만명대를 회복하는 등 외형상 고용지표는 개선 추세가 뚜렷하다. 청년층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의 고용률(43.5)은 %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실업률(8.9%)은 2013년 이후 가장 낮다.

하지만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제 실업률을 보여주는 확장실업률은 22.9% 201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다. 확장실업률은 4년 연속 상승세다. 해당 지표는 주당 36시간 이하로 일하면서 다른 일자리나 추가 일자리를 원하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현재 구직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취업을 희망하는 잠재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수치다.

고용의 질 악화는 다른 수치로도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8월 기준) 대졸 비정규직 취업자는 254만5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증가폭도 전년대비 16.9%(36만7000명)로 2004년(34.0%) 이후 가장 컸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대비 비중도 증가추세다. 지난해 전체 대졸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중은 2007년(25.9%) 이후 가장 높은 24.0%를 기록했다.

특히 이들 중에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비를 벌며 취업준비 중인 고학력 구직자들이 적지 않다.

서울 구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민(45)씨는 “근무할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를 낼 때마다 대학은 물론 대학원 졸업자들의 구직 문의가 줄이어 들어온다”며 “공부만 하고 있기에는 눈치가 보이다보니 틈틈히 알바를 해 생활비를 충당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커지면서 신규 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다보니 젊은 인력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며 “오랫동안 구직 활동을 하다가 아예 포기하거나 단기 일자리를 얻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공무원 ·공기업 안되면 취업포기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A씨(27)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수년째 공무원에 도전하고 있다. 대학 재학 중이던 2017년 7급 시험을 쳤다가 떨어진 후 지금은 7급과 9급 시험을 함께 준비 중이다. 그는 “처음에는 9급을 준비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면서도 “이제는 취업 자체가 중요한 상황이어서 애초에 9급을 같이 준비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지방 4년제 대학을 졸업한 B씨(30)는 6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벌써 4차례 시험에서 떨어졌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그는 “다른 분야 취업은 준비한 적이 없다. 될때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턱이 높아진 대기업 취업 대신 공무원 시험이 도전하는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복지 서비스 확충 등을 이유로 공공부문 채용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공시족 증가에 한 몫을 했다. 올해 공무원 증원 규모는 3만1315명(잠정)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증원 규모(잠정 3만3000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공무원 증원 규모가 2년 연속 3만명을 돌파한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1년(3만5961명), 1992년(3만2097명) 이후 28년 만이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신규채용 인원을 공개한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360곳의 지난해 신규채용 인원은 2만3789명에 달한다. 2018년엔 지난해보다 더 많은 3만3826명을 새로 뽑았다. 2014~2017년 평균 신규채용 인원은 2만98명에 그쳤다.

채용인원이 늘었지만 지원자도 함께 늘어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지난해 6월 치른 9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의 응시인원은 24만6000명에 달했다.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수십만명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건 사회적인 낭비”라며 “이들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직업 교육을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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