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주 신화' 국순당은 어쩌다 '상장폐지' 위기까지 갔나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적자 시작
전통주 시장 축소와 맞물려 회복 힘들어져
자산 대비 부채비율 10% 이하…재무건전성은 확보
향후 사업을 통한 수익성 확보 계획이 관건
  • 등록 2020-02-18 오전 5:30:00

    수정 2020-02-18 오전 11:14:18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백세주’로 유명한 국내 전통주 1위 기업 국순당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5년 연속 영업적자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서다.

‘백수오 파동’으로 위기를 맞은 국순당은 시작 축소까지 맞물리면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장실질심사에선 향후 수익성 회복 방안을 소명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순당 ‘백세주’.(사진=국순당)
1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 2015년 일명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적자를 내기 시작됐다.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약재다. 국순당의 대표 제품인 ‘백세주’에도 백수오 파동 이전까지는 백수오가 주요 원료 중 하나로 쓰였다.

2015년 당시 백수오 관련 제품은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한국소비자원이 백수오 부작용 사례를 발견하고 시중 유통 백수오 제품을 수거해 조사하게 됐다. 32개 제품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이 중 진짜 백수오가 들어간 제품은 3개뿐이었다. 심지어 12개 제품에선 식품 사용이 금지된 일명 ‘가짜 백수오’ 이엽우피소가 들어가 있었다.

백수오 파동 이후 국순당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백세주 원료 시료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 이에 식약처는 원료를 압류하고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국순당은 소비자 안심 차원에서 이엽우피소가 들어가지 않은 시중 제품 전량을 자발적으로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8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직전년도 1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본 셈이다. 5년 연속 적자의 시작이었다.

국순당 ‘생막걸리’.(사진=국순당)
백세주 신화에서 상장폐지 위기까지

국순당은 지난 1983년 설립했다. 창업자인 배상면 국순당 선대 회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외국인들에게 선보일 한국의 전통주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백세주 개발에 들어갔다.

1992년 백세주 출시와 함께 사명을 배한산업에서 지금의 국순당으로 바꾸면서 전성기가 시작됐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선 백세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는 ‘오십세주’ 마케팅이 통하면서 매출액이 급증했다.

역대 최대 매출은 2011년 기록한 1243억원이다. 2009년 수익 다각화를 위해 출시했던 ‘생막걸리’까지 인기를 끌면서다.

백수오 파동 이후 회복은 힘들었다. 국순당은 백수오 성분을 뺀 백세주를 출시하는 한편, 막걸리 제품 다변화에 나섰지만 이중고에 시달렸다. 전통주 시장 자체가 침체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주류 시장 규모는 지난해 출고액 기준 9조393억원 수준이다. 이 중 맥주가 3조8591억원, 희석식소주가 3조6183억원으로 전체 82.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탁주와 약주, 청주 등은 7%에 불과하다.

특히 민속주(119억9900만원)와 지역특산주(335억7400만원) 등 전통주는 전체 주류 시장의 0.5%에 불과하다.

백세주가 포함된 약주 시장 규모는 2005년 1577억원까지 커졌다. 이후 하락세가 시작돼 2017년 424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2017년 전통주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서 2018년 458억원대로 소폭 상승했다.

탁주 시장은 2011년 4414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8년 기준 4025억원까지 줄었다. 2011년 소규모 양조장들의 반발로 막걸리 제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시장 자체가 줄어들었다. 2015년 지정을 해제했지만, 여전히 막걸리 시장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배중호 국순당 회장.(사진=방인권 기자)
상장실질심사 관건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 실질 심사에선 △영업의 지속성 △재무상태 건전성 △지배구조의 중대한 훼손 여부 △내부통제제도의 중대한 훼손 여부 △투자자 보호 및 증권시장 발전 저해 여부 등을 평가한다.

이 중 재무상태 건전성의 경우 부채비율 등을 살펴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순당 부채총계는 189억원으로 자산총계(2252억원) 대비 8%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한 축에 속한다.

국순당은 현재 진행 중인 별다른 소송도 없고 최대주주 및 경영진의 불법행위가 포착된 것도 없다.

다만,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5년 연속 영업적자 상태에서 대표이사 포함 등기이사 3인이 보수를 지나치게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손실 29억원을 기록한 지난 2018년 배중호 회장의 보수 총액은 7억2100만원이었다. 이사와 감사를 포함한 보수 총액은 9억3000만원이다.

국순당의 경우 매출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 회복 등 영업 지속성이 상장 폐지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국순당은 지난해 배중호 회장의 아들이자 배상면 창업주의 손자인 배상민 상무를 혁신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선임하고 신사업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순당은 또 지난 2018년 정관에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을 추가한 바 있다. 국순당이 보유한 발효 기술을 화장품에 접목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아직까지 연구 단계이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온 것은 없다.

국순당 관계자는 “상장실짐심사에서 재무 건전성과 향후 사업 계획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해 상장폐지까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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