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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의 인생영업]코로나19와 야구장 담장

  • 등록 2020-05-21 오전 5:30:00

    수정 2020-05-21 오전 9:01:42

[신동민 주한글로벌기업 대표자협회 회장·‘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 코로나19는 우리의 많은 것을 바꿔 놨다.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한국은 공포의 단계에서 벗어나 작은 희망의 불씨가 보이고 있다. 아직 온전히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진 못했지만
일부에서는 조심스럽게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어 다행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인데 여러 방면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수많은 관중이 열광하던 각종 스포츠 경기장의 모습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 코로나 사태로 연기를 거듭하던 프로야구 개막전이 지난 어린이날에 지각 개막 했다. 선수와 관중의 안전을 위해서 무관중 개막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개막전의 함성은 없었고 마치 연습경기 같은 조용한 진행이었다. 그나마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계적인 관심이 되었다. 한국에서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무관중 경기를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0년 전통의 미국 메이저리그도 역사적으로 단 한차례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 관중들의 응원과 함성으로 유지되는 프로야구에서 무관중 경기는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코로나 사태 하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무관중 프로야구 개막을 통해서 새로운 점들이 부각되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관중 수만 보면 염려스러운 상황이었다. 2017년 840만을 정점으로 2018년 807만, 2019년에 728만으로 관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올해 무관중 개막전의 시청자는 216만 명으로 집계됐으니, 전체 시즌동안 야구장을 직접 찾은 관중의 1/4 이상이 하루에 TV나 온라인으로 경기를 시청한 셈이다.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다보니 온라인 관람 비율이 오히려 높아졌다. 프로스포츠에서 경기장을 찾는 관중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제는 경기장의 관중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스포츠 콘텐츠를 즐기는 다수의 소비자들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 무관중 경기 상황에서 인터넷 통신 업체들이 안방 시청자를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중계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 TV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가 경기모습을 찍고 중계자의 입담으로 운영되던 전통적인 방식의 중계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게 되었다. 국내 인터넷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보면 그 다양성에 깜짝 놀라게 된다. 포지션별 영상, 홈 밀착영상, 투구 타격 분석 화면, 치어리더 직캠, 경기장 줌인 화면, 5경기 실시간 동시시청 그리고 라이브 채팅 등 현존하는 모든 기술이 총 망라 되어있다. 주요장면 다시 보기 정도는 구식이 되어 버렸다. 이런 다양한 중계방식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수많은 방송 서비스에서 제공한다. 국내 거의 모든 매체가 인터넷 야구 중계에 총력전을 다하고, 더불어 올해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Twitch)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중계권을 사들여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트위치는 세계적인 기업 아마존의 자회사로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온라인 중계는 인터넷게임에도 영향을 미쳐 작년대비 야구 게임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로 프로스포츠 업계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다른 면에서는 촬영 방식이나 중계방식에서 전 세계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런 기술은 이전에도 꾸준히 개발되고 시도되었지만, 항상 부수적인 기능으로만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프로스포츠는 경기장의 함성과 열띤 응원으로 각인되어 있다. 각 구단에서도 내장하는 관중들에게는 많은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TV나 온라인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로 변화의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

이런 기술적인 시도와는 별도로 또 다른 측면도 볼 수 있다. 코리안 스타인 류현진이나 메이저리그에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의 게임을 보기 위해서 새벽에 일어나거나 밤을 샌 기억들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는 개막하지 않았다. 아울러 야구 보느라 밤샐 일도 없어졌다. 반면에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국 ESPN이 한국 프로야구 중계를 시작했다. 미국 야구팬들은 메이저리그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ESPN을 틀어 놓고 그들에게는 생소한 한국 프로야구를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이름의 약자는 NC)의 야구팬들은 한국의 NC 다이노스 팀의 NC가 주의 명칭과 같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팀인 양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뜻하지 않게 한국 프로야구가 국제화되고, 각 구단들은 계획에도 없던 국제 홍보를 해야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제 한국 사람만 유럽의 프리미어 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를 보기위해서 밤잠을 설치는 게 아니다. 한국 리그의 규모는 작지만 경기운영이나 온라인 중계방식 그리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은 충분히 가치 있는 노하우로 축적되고 있다.

변화는 갑자기 나타난다.

에너지가 축적되는 동안은 잠잠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임계점에 도달하면 변화는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우리는 그 순간만을 기억하기 때문에 변화는 급격하게 온다고 생각을 한다. 코로나 사태가 와서 이런 모든 변화가 나타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초고속 통신망, 5G 등 야구 중계에 필요한 엄청난 기술을 축적해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보유한 모든 기술을 마음껏 적용해볼 절호의 기회이다.

프로야구의 영상기술은 프로축구에 사용해도 좋겠지만, 영역을 바꿔서 원격 의료에 사용해보면 어떨까.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영상과 정보의 전달이라는 원리는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환자의 정보를 다양한 각도에서 정밀하게 전달하면 원격의료의 기본은 모두 충족되는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보듯이 직관(직접관람)하는 열성팬이외에 수백 배의 온라인 관중도 있다. 2019년 하루 최대 관중수는 11만 5500명이었다. 2020년 무관중 개막식의 시청자는 216만명이었다. 20배가 넘는 프로야구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 프로야구를 즐겼다. 진료는 병원에서만 받아야 한다는 것은 직관만 진정한 야구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의료뿐만 아니라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야 할 때가 되었다. 모든 영역의 물리적인 울타리를 넘어설 때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우연히 코로나 사태로 집안에 갇혀 있으면서 어떤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하는지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변화와 혁신은 울타리 너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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