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고기후복원실험실을 이끌고 있는 임재수 박사는 이같이 고기후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고려시대 역사서를 살펴보면 대흉년이 들거나 외적의 침입이 잦았던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기들은 대체로 기후변화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한반도의 기후는 짧게 엘니뇨 현상과 같은 수년 단위의 변동부터 길게는 빙기·간빙기 주기와 같이 수 만년 단위의 기후 변화의 결과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기후변화 정보는 지질기록체에 보관돼 있어 퇴적층 분석을 통해 수백년 단위의 기후변동성을 이해하고, 미래 기후변화의 속도와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각국에서도 고기후환경을 복원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100여년전부터 암석을 활용한 연구가 진행됐고, 50년 정도 퇴적물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졌다. 최근 20년 동안에는 다양한 연대 측정 방법이 개발돼 보다 정교한 연대측정과 분석이 실시되고 있다. 유럽연합이나 국제기구 등을 중심으로 남북극 빙하 시추 연구부터 기후 변화 추적 연구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10여년 정도 된 후발주자이나 최근 5년부터 장비를 활용해 높은 품질의 기후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퇴적층 조사는 개발되지 않거나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지역일수록 분석에 유리하다. 연구팀은 지난해까지 제주도 한라산의 사라오름 퇴적층에서 4년간 연구를 수행했다. 사람 접근이 통제된 곳에서 표층에 구멍을 뚫어 시추하고, 길이 1m에서 8m 규모의 시추코어를 정밀 과학분석 장비를 활용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퇴적층에서 입도 분석, XRF 코어 스캐닝, 동위원소 분석해 집중호우 지표를 만들었다. 또 초고해상도 화학성분 분석기기로 시추코어를 대상으로 수mm 단위의 화학조성 변화를 알아내고, 안정동위원소 분석기기로 탄소와 황동위원소를 분석해 과거 온도 강수량 해수영향 변화를 확인했다.
임재수 박사팀의 목표는 지난 1만년의 기후변화를 지역 거점별로 수십 년 단위로 표준화하는 것. 부산, 제주, 서울 등 지역에서 자료를 만들어 미래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임 박사는 “과거 1000년 동안의 기후변화를 보면 1000여년전 가뭄이 들거나 대기근이라고 하는 시점은 소빙기에 해당하며, 이 시기에 외적 침입이 잦았고, 국가나 왕조 몰락 시기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며 “8m 규모 표층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에서도 기후변화와 한라산 식생 변화에 대처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한반도 고기후 복원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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