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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한미약품으로부터 폐암 항암제 ‘올무티닙’의 판권을 도입한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에 올무티닙의 개발 중단을 한미약품에 통보했다. 모든 임상데이터에 대한 재평가 및 급변하는 폐암치료제 시장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이유다.
◇‘기술의 한미’ 자부심에 상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무티닙을 사용한 환자 중 3명에서 중증 피부이상반응이 나타났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당분간 신규 임상시험 환자 모집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건의 사망사례 중 한 건은 약물과 높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임상시험 중 생기는 부작용 등 안전성 이슈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 관계 당국과 긴밀히 공유·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까지 한미약품은 영업력이 최대 강점이었다. 임 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과 함께 영업조직을 5배 이상 확대해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동네의원, 약국까지 직접 영업대상으로 삼으면서 동종업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임 회장은 이 때부터 그동안 쌓은 자금을 기반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2010년 대표이사도 R&D를 총괄하던 이관순 R&D본부 사장을 임명했다.
이 대표 취임 후 한미약품은 R&D 투자를 확대했다. 이 회사의 R&D 투자 비용은 이 대표 취임 전인 2009년 824억원(이하 매출액 대비 13.4%)에서 지속적으로 늘어 2013년에는 1156억원(15.8%)까지 늘려 국내 제약사 처음으로 R&D 투자액이 1000억원이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1871억원(23%)로 R&D 비용을 늘렸다. 국내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비율 평균이 7~9% 대인 것을 감안하면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의지가 얼마나 큰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영업이익이 감소해도 R&D 투자는 지속됐고, 한미약품은 지난해 7조8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임 회장은 올해 초 열린 한미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제약사의 생명은 R&D”라며 “지난 5~6년간 꾸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R&D에 투자한 것은 기술개발에 매달리지 않으면 발전은커녕 생존 자체도 힘들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신뢰 회복이 열쇠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환자 사망이나 신약개발 중단사례는 제약업계에서는 특이한 일로 여기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사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호재와 악재를 알리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지난 해에도 호재 공시 이후에 곧바로 악재 공시를 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경험이 있다”며 “제약·바이오 업계의 선두주자를 자처하는 회사로 보기에는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올무티닙을 기술수출하기로 했다는 호재를 오전에 공시해 장중 주가가 전일 대비 11.19% 오르다 당일 오후에 2분기 어닝 쇼크 악재를 공시해 전일 대비 18.35% 떨어져 장을 마감했다. 1년 2개월 만에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면서 바이오제약주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제약주의 기술수출이 회사의 주장과 달리 실제 매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게 된 것”이라며 “바이오·제약사의 미래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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