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법률역조 확대…잠재력 큰 韓법조 K팝처럼 해외 나갈 때"

`엔터전문+국제통` 최정환 변호사, IBA 서울 개최 산파
서울총회, 신청 후 9년 걸려 유치…북핵에 무산 위기도
지리적 불리함 딛고 최대 6000명 등록목표 달성 기대
  • 등록 2019-09-16 오전 6:17:00

    수정 2019-09-16 오전 9:06:35

최정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겸 IBA 서울총회 조직위원장 (사진=이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국내 법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규모는 커지지 않는데 변호사수만 늘어나고 있어 위기라고 합니다. 유일하게 외국관련업무만 커지고 있는데 이 시장은 외국 로펌들이 장악하고 있구요. 이 때문에 법률시장에서의 무역 역조는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이번 세계변호사협회(IBA) 서울총회가 우리 법조계가 국제화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서울이 싱가포르, 인도,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4번째로 IBA 총회를 유치하는데 산파역할을 하고 현재 총회 조직위원장을 담당하고 있는 최정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1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신세인 국내 법조계가 음악이나 영화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번 서울총회가 그 방향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길 바랐다. IBA 총회는 193개국 변호사협회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제 기준을 정하는 한편 특정 사안에 대한 성명서를 내거나 포럼을 개최하며 네트워킹을 다지는 일종의 `변호사업계의 올림픽` 또는 `변호사업계의 유엔총회` 같은 행사다.

신청 후 9년만에 총회 유치, 취소 직전 위기도

최 변호사에게 22일부터 막을 올리는 서울총회는 사실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1957년 IBA에 가입했지만 실제 본격적인 활동을 한 건 법률시장 개방을 앞둔 지난 2007년부터였다. 2년 뒤 김평호 대한변협 회장이 취임하면서 IBA 총회를 서울에서 유치하기로 하고 2010년 유치위원회까지 출범시켰지만 당시엔 모두가 `불필요한 노력과 시간만 낭비한다`며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서울이 총회 유치에 성공하자 당시로선 IBA에서 존재감도 없던 한국이 총회를 유치한 것에 다들 놀랐다는 게 최 변호사의 전언이다.

그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최 변호사는 “막상 서울이 유치하고 나니 다들 거리가 멀어서 참석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반대의견이 나왔고 실제 IBA내 재정부에서는 `서울에서 개최할 경우 80억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보고서까지 내놨다”고 회고했다.

최정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사진= 이정훈 기자)


특히 지난 2017년 북한의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자 IBA 이사회는 사전 통보도 없이 2019년 총회 장소 변경의 건을 상정했다. 최 변호사는 “이를 막기 위해 이사들을 한 명씩 붙잡고 `한반도의 위기는 늘상 있는 일이고 북한도 노이즈를 만들기 위해서 저러는 것이니 곧 잠잠해질 것`이라고 설득했다”며 “이 과정에서 IBA 회장이 나서 `법치주의를 핵심 가치로 삼는 IBA가 (총회 개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말이 안된다. 법치주의와 인권이 없는 북한과 맞닿은 최전선에서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 변호사들을 위해 우리가 지원하자`며 동조해 준 게 큰 힘이 됐다”고 되돌아봤다.

이토록 총회 유치에 목을 멨던 것은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무엇보다 한국 법조계의 국제화를 앞당기려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중견은 물론 청년 변호사들까지도 이를 계기로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하는 기폭제가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어려운 변호사시험을 통과한데다 굉장히 똑똑한 우리 변호사들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이번 총회 기간 중 열리는 포럼행사 내 200개 세션에 국내 변호사 170명을 연사로 세우기로 했다. 통상 10명 정도가 연사로 참여했던 예년 총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다.

법률 무역역조 심각…해외 진출 디딤돌 기대

최 변호사는 “국내 시장에서 일하는 외국 변호사가 2500명이나 되지만 국내 자격증을 가지고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변호사는 20명도 채 안된다”며 “중국은 변호사가 40만명인데 정부가 10년내 100만명까지 늘리기로 했고 현재 조선족 등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하는 변호사만 5000명에 이른다고 하니 굉장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체된 국내 법률시장에서 유일하게 커지는 게 외국관련업무인데 우리 로펌이 외국 기업으로부터 버는 돈이 8000억원인데 비해 우리 기업에 외국 로펌에 지급한 돈은 1조7000억원이나 되니 법률수지 적자가 크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우리 기업에서 외국 로펌으로 간 돈은 불과 10년만에 6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그는 “우리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높다보니 앞으로 외국관련업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우리에겐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며 “과거 불가능할 것 같던 우리 영화와 음악, 전자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한 것처럼 우리 법조계도 얼마든지 해외로 나갈 수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밖으로 나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에서 처음으로 IBA 이사회에 들어가 4년째 이사직을 맡고 있는 최 변호사도 과거 가수 박진영과 비, 싸이 등을 변호하면서 엔터테인먼트분야 전문 변호사 1세대로 이름 높았다. 우연한 기회에 대한변협 국제이사직을 맡았고 그를 계기로 국내 첫 IBA 이사까지 오른 그는 세계 23개국, 3500여명 법조인들이 모인 세계한인법률가회(IAKL) 회장도 맡고 있다. 11월이면 아시아·태평양변호사협회(LAWASIA) 회장직에도 오른다. 그는 “서울총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이사에서 물러나면서 IBA에 10명 정도인 한국인 임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LAWASIA 회장을 맡아서도 국내 법조계의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이번 총회에 참석하는 변호사 중 70%가 한국에 처음 온다고 들었다”며 “변호사들은 각 국에서 기업들을 컨설팅해 해외 투자와 거래를 도와주는 중요한 인물들인 만큼 총회를 통해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고 사업하기 좋은 곳인지를 알림으로써 국익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