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유통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따로 또 같이 융합하라"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②
오프라인서 온라인으로…코로나에 온·오프 패권전쟁 가속
상전(신격호)유통상 1회 수상자 오세조 교수가 말하는 ‘생존해법’
업체·업태·대중소기업·유통기능 간 ‘융합’만이 살 길
  • 등록 2020-03-30 오전 5:45:00

    수정 2020-03-30 오전 5:45:00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사진=이데일리DB)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유통에서 온라인 유통으로 급속히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소비문화가 더욱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유통 회사가 이제 오프라인 점포 선호 고객과 온라인을 선호 고객을 별도의 목표 고객으로 설정해 차별적 마케팅을 전개하고, 가능하면 이들을 관리적으로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옴니채널 형식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온·오프라인 통합 ‘옴니채널’ 진행단계는

인구감소, 언택스 소비 문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옴니채널로의 변화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분기 첫 적자를 내며 위기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신세계통합온라인몰 ‘SSG닷컴’에 대한 투자가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위기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위기론 속에서도 이마트의 1~2월 누계 총 매출액은 전년대비 4.7% 증가했다. SSG닷컴의 성장률이 견조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SG닷컴의 지난달 총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1월에 20% 성장한데 이어 성장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벽배송 강화가 코로나19 대응에 효과적이었다. SSG닷컴 새벽배송 권역은 지난해 서울 10개구에서 현재 17개구로 확대했다. 지난해 12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3’을 열면서 대량 주문 역량이 더욱 강화됐다.

롯데쇼핑은 다음 달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을 출범해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한다.(사진=롯데쇼핑)
롯데도 몇 년 전부터 옴니채널 전략을 검토했지만 신세계그룹(이마트)이 좀 더 빠르게 실행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유통으로의 구조개편에 속도가 붙자 이마트의 성과가 돋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좀 늦었지만 롯데도 옴니채널 전략을 본격화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여러 자회사가 운영 중인 인터넷 쇼핑 사업을 일원화하고 다양한 상품을 롯데 매장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롯데온’은 백화점, 마트, 홈쇼핑 등 롯데 7개 유통 계열사가 별도로 운영해온 온라인몰 상품을 통합해 한 번에 검색·구입·결제하도록 한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롯데는 롯데온을 통해 오는 2023년까지 온라인 취급액을 지금의 3배인 2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점포 5km 내에서 주문하면 1시간 이내에 주문 상품이 배달되는 ‘바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롯데는 온·오프라인을 연결해 모든 상품을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옴니채널 전략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오프라인 어려움에도 8년 전 규제 고집하는 정부

유통기업들의 온라인 사업 강화에는 오프라인 사업의 구조조정이 전제한다. 이마트가 기존 오프라인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수익에 도움이 안 되는 전문점은 과감히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슈퍼·롭스 등 총 700여 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 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구조조정만으로 4만여 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매유통은 생물과 같은 조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바로 문을 닫아야 하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소비자의 욕구 변화와 소비행태의 변화에 대하여 지속해서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유통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는 것이다.

이처럼 유통환경이 달라졌지만 정부는 여전히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주류가 된 상황에서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24시간 쇼핑이 가능하지만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금지시간(0~10시) 온라인 배송 금지 규제가 여전하다.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전통시장 등 동네 상권 보호를 이유로 2012년 시작한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제도는 전통시장보다는 온라인 유통을 키워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유통산업의 점진적인 발전을 도모하면서 변화에 따른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낡은 규제는 지역경제 위축과 고용의 저하 등 부작용을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 정책에는 미래 선도적 방향성이 있어야 하는데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지금 정부가 그런 방향성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낡은 규제 풀고, 기업 간 융합도 시도해야

정부와 기업 모두 지금까지와는 다른 융합, 상생을 위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오프라인 유통이 비록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지만 지역사회에서의 커뮤니티 역할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능을 아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 유통업체가 모든 점포에서, 모든 업태에서, 모든 유통기능에서 다 잘 할 수 없다면 인수·합병이나 공동 투자, 공동 기능 사용, 공동 마케팅, 다양한 콜래보레이션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 창출을 꾀해야 한다. 롯데나 신세계가 서로 배척만 하지 않고 정보나 물류망을 공유한다든가, 부가가치가 더 많이 나오는 곳으로 일부 사업체를 넘긴다든가 하는 식의 협력이 가능해져야 한다. 유통업체들은 소매, 도매, 물류, 제조, 원자재 조달 등 전체 마케팅시스템의 효율적 구축과 운영을 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제 모래알처럼 흩어져서 자체 경쟁력 만으로는 성장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다만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기존 이커머스 업체의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기에는 누적적자 규모가 상당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기존에 보유한 유통조직과의 완벽한 융합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서다.

오 명예교수는…

△1953년 2월 부산 출생 △1971년 경복고 △1975년 연세대 경영학 △1980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1987년 신시내티대 마케팅학·경영학 박사 △2003년 한국유통학회 회장 △2019년 제1회 상전유통학술상 대상 △現 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 △現 연세글로벌유통물류프랜차이즈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現 제일씨드바이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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