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마이너스 계산법’이 필요하다

  • 등록 2020-05-15 오전 5:00:00

    수정 2020-05-15 오전 5:00:00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회질서와 관습을 바꿔놓고 있다. 외출하려면 먼저 마스크부터 챙겨야 한다는 사실이 상징적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는 물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주변의 눈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심지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도 악수 대신 서로 주먹을 맞대는 식으로 반가움의 표시가 바뀌어 버렸다.

경제 활동에 있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소비·투자가 위축된 것은 물론이고 수출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곤두박질이다.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서로 국경을 폐쇄한 결과다. 국제유가가 한때나마 마이너스 가격대로 떨어진 데서도 이러한 현상을 확인하게 된다. 제품이 팔리지를 않으니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 보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우리도 과거 사스나 메르스 등 돌림병 사태를 경험했으나 이번엔 경우가 다르다. 일찍이 겪었던 외환위기 사태나 그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도 경제적 파장이 훨씬 위력적이다. 사태가 언젠가는 가라앉겠지만 그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더 가혹하다.

경제활동의 총체적인 분량을 따진다면 코로나 사태 발생 전보다 10% 정도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생산이 감소하면 소비·교역이 영향 받는 것은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수입도 줄어들게 된다. 정부나 기업, 가계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얘기다. 그것이 바로 ‘코로나 이후’ 전개될 기본 환경이다. 앞으로의 경제 활동이 10%가 위축될지, 아니면 그보다 더 늘어날지 줄어들지 정확히 내다보기는 어려워도 일단 ‘마이너스 계산법’에 익숙해져야 하는 필요성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은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여전히 계산기를 앞에 놓고 플러스 자판만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험난한 여건에서도 장차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계가 분명한 처지에서도 장밋빛 그림만 그린다면 미망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 타개는커녕 시일이 흐를수록 좌절만 키우게 될 뿐이다. 긍정적 사고도 지금 상황을 똑바로 인식하는 바탕에서 힘을 낼 수 있는 법이다.

정부가 앞장서서라도 개인의 생계를 책임져 줄 것이라는 생각들부터가 우려스럽다. 기업회생 노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가계·기업의 노력이 한계에 부딪칠 경우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럴수록 당사자들의 자구노력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수입이 줄어들었는데도 그에 맞춰 살림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을 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금이 위기 상황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카드를 받아 현금으로 깡을 하거나 비록 일부일망정 물품대금에 웃돈을 요구하는 점주까지 있다는 등의 얘기가 들려오는 데야 불편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서 ‘실수 기부’를 유도하는 듯한 당국의 처사도 마찬가지다. 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까지 확대해서 지급하는 바람에 ‘공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정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부 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가는 중이다.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서도 구멍이 나고 있다. 지속가능성의 뒷받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공짜 심리는 말릴 수 없게 됐으며, 전염병처럼 더욱 퍼져갈 것이다. 마이너스의 경제 현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 결과 국고가 바닥나는 것은 물론 미래세대의 금고까지 텅텅 비어갈 뿐이다. 현군의 태평성대를 과시하기보다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조르며 이 험한 시절을 함께 이겨내자는 지도자의 메시지가 절실한 때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에는 덧셈만이 아니라 뺄셈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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