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사에는 5·18이 아니더라도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다. 그런데 왜, 도대체 어떤 이유로 5·18에 집중해서 역사왜곡을 시도하는 것일까. 다양한 시각이 있겠지만, 호남에 대한 지역차별도 주된 이유로 보인다. 극우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시신이 담긴 관을 ‘홍어 택배’에 비유한 게시물이 올라와 큰 충격을 준적도 있었다.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시도는 어렵사리 이룬 민주화의 역사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지역감정을 고취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것으로 정부차원에서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그 대응방식이다.
이번에 발의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정부의 발표·조사 등을 통해 이미 명백한 사실로 확인된 부분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의 경우에는 예외 없이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특별법 도입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의 발표에 대한 허위사실유포는 당연히 처벌해도 되는가는 다른 문제다. 처벌을 주장하는 측은 독일 등 유럽 다수국가에서 시행 중인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규정을 근거로 든다. 실제로 이 법에 의해 처벌된 사례도 상당수 있다. 2005년 오스트리아에서 체포되어 실형을 선고 받은 영국 작가인 어빙(Irving)이 대표적이다.
홀로코스트나 5·18을 부인하고 왜곡하는 표현이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일으킨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이를 형벌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별개 문제다. 사회공론의 장이 아닌 법원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려는 시도가 과연 최선이냐는 것이다.
만일 처벌로 인해 더 이상의 역사왜곡이 없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현행법이 아닌 특별법 신설을 통한 처벌은 또 다른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거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 지만원 사례와 같이 현행 법 테두리에서도 일부는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홀로코스트부인과 관련해 어빙과 재판을 한 립스타트(Lipstadt)는 어빙의 재판을 앞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검열제가 승리했기 때문에 나는 기쁘지 않다. 나는 검열을 통해서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자와 투쟁하는 유일한 방법은 역사와 진실이다.”(‘국가범죄’ 이재승 지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