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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동백꽃 필 무렵, 봄마중 갑니다

전남 여수 봄맞이여행
겨울을 보내는 꼿 ‘동백’
국내 대표적인 동백 군락지 ‘오동도’
여수반도 남쪽 끝에 방울처럼 매달린 섬 ‘돌산’
항일암에 올라 남녘의 봄바람에 젖어
  • 등록 2021-02-26 오전 3:22:00

    수정 2021-02-26 오전 3:22:00

2월 중순, 지난 겨울 한파에도 불구하고 전남 여수 오동도에는 핀 동백꽃. 동백꽃은 늦겨울이나 이른 초봄이 절정이다. 푸른 잎과 대비되는 붉은 꽃잎이 더욱 또렷해지기는 시기여서다.


[여수(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온다고 했건만, 입춘과 우수가 지나도 봄은 멀게만 느껴진다. 지난겨울의 혹한이 너무나 길었던 탓도 있지만, 전염병이 기승을 부린 영향이 크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각별해지는 이유다. 이른 봄꽃이라면 단연 동백꽃과 매화가 첫 손. 그중에서도 동백꽃은 늦겨울이나 이른 초봄이 절정이다. 푸른 잎과 대비되는 붉은 꽃잎이 더욱 또렷해지는 시기여서다. 봄의 입구에서 동백꽃은 후드득 꽃잎을 떨구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망울을 틔운 꽃들은 꽃잎을 열지도 못한 채 언 목이 부러져 떨어지고, 강인하게 살아남은 몇 송이의 동백만이 가지 끝에 힘겹게 달려 있다.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해안선을 따라가며 겨울과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겨울을 보내는 꽃, 봄의 길목에서 만나다

2월 중순, 지난 겨울 한파에도 불구하고 여수 오동도에는 동백꽃이 꽃봉오리를 열기 시작했다.
봄꽃 여행지로 삼기에 맞춤인 곳이 전남 여수다. 여수의 봄꽃은 동백이다. ‘겨울 동’(冬)에 ‘나무 이름 백’(柏). 이름대로 ‘겨울의 나무’다. 여기서 피어나는 꽃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역설적이게도 꽃송이가 목덜미째 떨어져 융단처럼 깔리는 낙화 무렵이다. 그렇기에 동백꽃은 봄꽃이라기보다 겨울을 보내는 꽃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

여수로 동백꽃을 보러 간다면 십중팔구 오동도를 찾게 된다. 국내 대표적인 동백 군락지 중 한 곳. 오동도는 여수역에서 불과 1.2㎞ 떨어진 섬이다. ‘바다의 꽃섬’ 또는 ‘동백섬’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먼 옛날 이 일대에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아 오동도라 불렸다. 임진왜란 때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손수 심어서 활로 만들어 썼다는 해장죽(海藏竹)이 많다고 해서 죽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도 섬에는 해장죽을 볼 수 있다.

오동도 입구 주차장에서 약 15분 정도, 방파제 길을 따라 걸으면 도착한다. 오동도에는 200여종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동백나무와 해장죽을 비롯해 참식나무, 후박나무, 팽나무, 쥐똥나무 등이 빼곡하다. 3월의 오동도는 동백꽃이 단연 돋보이는 시기. 섬 곳곳에 자리한 3000여그루의 동백나무가 뿜어내는 자태는 장관을 이룬다. 짙푸른 잎과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한 색상대비를 이뤄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동백꽃은 특히 해안가 근처에 군락을 이뤄 풍광이 뛰어나다.

여수 오동도 해장죽


3만 7000여평(약 12만 2300㎡)의 아담한 섬이지만 오동도 속은 별천지다.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봄동산이 펼쳐진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2㎞ 산책로는 최고의 데이트 코스. 동백이 지는 날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걷기에 좋은 장소이다. 미로 같은 산책길 옆으로 펼쳐진 해안은 대부분 암석해안으로 바위와 병풍바위와 소라바위, 지붕바위, 코끼리 바위 등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산책로 곳곳에는 무게를 이기지 못한 동백꽃이 꽃송이를 떨구고 화사한 꽃길을 펼쳐 놓았다. 섬을 가득히 채운 동백나무 군락이 하늘을 뒤덮어 그늘진 숲속은 마치 우산 속처럼 아늑하다. 해장죽 사이로 몸을 피하면 하늘 아래 모든 게 감춰질 것 같은 비밀 통로가 이어진다. 그야말로 연인들의 코스다.



향일암 가는 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여수 앞바다


◇해를 향한 암자서 남녘의 훈훈한 바람에 젖다


돌산도는 여수반도 남쪽 끝에 방울처럼 매달린 섬이다. 야경 수려한 돌산대교가 반도와 섬을 잇는 끈이다. 우리나라 섬 중 아홉번째로 크다. 돌산도 남동쪽 향일암에 이르는 길에도 동백나무가 지천이다. 볕좋은 길가에 선 나무들은 꽃봉오리를 제법 피웠다.

낭만적인 드라이브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향일암 아랫마을인 임포마을. 마을 안쪽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사로 향한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向日庵)은 한국의 4대 관음기도처 중 하나. 거북이를 쏙 빼닮은 금오산 자락에 위태롭게 서 있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남해 금오산을 둘러보고 거북이 모양을 한 이곳에 이르러 천하의 명당임을 알아챈 후 사찰을 창건했다고 한다. 지금의 가람은 1986년에 새로 지었다가 2009년 화마로 전소해 다시 건축했다.

향일암의 상징인 거북이 모양의 석상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까지 이르는 길. 해맞이광장을 지나자 동자석상 3기가 길 가운데에 서서 방문객의 걸음을 멈춰 세운다. 각각의 석상마다 적혀 있는 법구경을 나지막이 읊어본다. ‘불언’(不言), ‘불문’(不聞), ‘불견’(不見). 의미하는 바가 있겠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서로 다를 듯하다. 향일암을 찾은 이들은 각각 그 앞에서 서서 의미를 되새겨본다.

동자석상을 지나면 등용문, 다시 불이문으로 이어진다. 불이문은 해탈길로도 불리는데 거대한 바위 틈새로 난 길이다. 속세와 인연을 끊고 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해탈길을 지나면 비로소 원통보전(대웅전)으로 올라선다. 그 앞마당에 서면, 남녘 바다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에 젖어볼 수 있다.

향일암은 원통보전을 중심으로 왼쪽 뒤로 관음전이, 오른쪽에는 삼성각이, 그리고 앞바다 쪽으로 범종각과 또 다른 관음전이 있다. 관음전이 두 곳이나 있다는 것이 다른 사찰과는 다른 점. 특히 바다 쪽 관음전은 용왕전이라고도 불린다. 관음보살입상이 있는 전각은 향일암 내에서 가장 위쪽에 있다. 이곳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원통암 자리다. 이 관음전 앞에는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좌선암이 있다.

향일암에서 30분 정도 더 산길을 오르면 금오산 정상이다. 율림치 주차장에서도 금오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 성두마을과 작금마을, 횡간도와 화태도 등이 빚어내는 다도해, 그리고 온기가 감돌기 시작한 남풍에서 봄이 오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전남 여수 돌산 금오산 정상인 금오봉 표지석


여행메모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서순천IC에서 빠져나와 여수 쪽으로 향한다. 여기서 다시 17번 국도를 타면 돌산도까지 이어진다. 오동도로 들어가려면 서교동 로터리에서 좌회전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거나, 동백열차를 타고 방파제를 건너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당분간 운행을 멈췄다. 향일암은 돌산대교를 건너 16km 지점의 죽포 삼거리에서 좌회전, 해안도로를 타고 9km 달리면 임포마을이다.

△잠잘곳= 여수 돌산읍에는 최근 여러 호텔이 새로 문을 열었는데, 라마다프라자호텔이 규모나 시설 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그리다리조트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돌산도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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