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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김성근 SK 감독이 취임 전 맡은 마지막 팀은 LG였다.
김 감독은 2002년 LG를 이끌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시즌 전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팀이었다. 게다가 시즌 중 서용빈(군 입대) 김재현(부상)의 이탈까지 겪으며 전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LG는 처절하게 버터냈다. 시즌 막판, 가까스로 4강을 확정 지은 뒤 포스트시즌에서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한 수 위로 평가받던 현대와 KIA를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차례로 꺾은 LG는 1위 삼성과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다. 결국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LG는 또 다른 승자라는 평을 들을만큼 좋은 시즌을 보냈다.
그때의 주역들 중 적지 않은 선수들이 여전히 LG에 남아 있다. 이병규 조인성 박용택 등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또 다른 2명이 28일 SK 유니폼을 입었다.
최동수와 권용관은 김 감독이 2001년 LG 2군 감독으로 취임하며 인연을 맺은 선수들이다. 최동수는 요즘 말로 '2군 본즈'였을 뿐이고 권용관은 김 감독의 간택으로 간신히 방출을 면했었다.
최동수는 가장 열심인 선수였다. 김 감독이 LG에 온 뒤 유일하게 "오늘 넌 훈련하지 말고 쉬어라"라는 말을 들은 선수다. 그는 2002년 준플레이오프 MVP가 되며 데뷔 후 첫 수상의 기쁨도 누렸다.
권용관이 2001년 LG 1,2군 교류전서 주눅 든 플레이를 하자 경기 후 1시간 넘도록 김 감독의 아메리칸 펑고를 받은 일은 꽤 유명한 사건이었다. 당시의 권용관에게 "네 실력을 가지고 왜 유지현 손지환이한테 기가 죽느냐"고 혼내는 사람은 김 감독 뿐이었다.
그런 최동수와 권용관이 8년만에 다시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28일 단행된 SK와 LG의 3-4 트레이드에 포함된 것이다.
이날 트레이드는 SK의 박현준과 윤상균, 그리고 LG의 이재영과 안치용을 주요 선수로 꼽을 수 있다.
최동수와 권용관은 LG 세대교체의 흐름에 밀려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충분한 힘이 있지만 후배들에게 먼저 자리를 내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권용관은 다목적 활용 카드다. 주전 유격수 나주환과 백업 요원 김연훈이 입대할 경우까지 고려한 케이스다.
게다가 최근 SK엔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헐거워진 분위기를 다잡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트레이드의 폭이 좀 더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동수와 권용관이 구단으로부터 트레이드 소식을 들은 것은 점심을 조금 넘긴 시간. 최동수는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옷 갈아입고 운동장에서 뵙겠습니다." 김 감독은 짧게 대답했다. "아냐, 우리 호텔와서 옷 입고 (특타하는)경기고등학교로 와. 어떻게 치나 좀 보게."
최동수는 "감독님 목소리 들으니 옛날 생각이 퍼뜩 났다. 오자 마자 1교시(특타) 시작"이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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