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타 리그 1위' LG 손주인이 빛나는 이유

  • 등록 2013-07-23 오전 11:18:47

    수정 2013-07-23 오전 11:32:28

손주인.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희생번트는 야구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작전이다. 중요한 순간, 이 기본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LG는 이 ‘희생’과 그리 가까운 팀이 아니었다. 희생번트는 지난 해 80개로 꼴찌, 2011년엔 86개로 5위에 그쳤다. 한 점을 꼭 내줘야할 때, 그 고비를 넘지 못해 눈물을 삼킨 경우도 많았던 팀이 LG였다.

그러나 올시즌은 다르다. 희생번트가 가장 많은 팀이 LG다. 22일 현재 63개를 기록 중이다. 2위 KIA(52개), 9위 한화(34개)보다 단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좋은 타격 능력을 앞세워 주자가 나가면, 작전을 이용해 희생번트로 주자를 진루시키고, 이 주자를 효율적으로 불러들인다. ‘2할8푼5리’ 리그 3위의 높은 득점권 타율로 득점 확률을 높인다. LG의 늘어난 희생번트는 한 점이 절실히 필요할 때, 그 점수를 낼 수 있는 능력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LG가 전반기 선전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희생’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손주인이 있다. 손주인은 희생타 15개로 이 부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중 점수로 연결된 건 5번. 33%의 적지 않은 확률이다.

A팀의 한 감독은 “작전을 냈을 때, 그 작전을 초구에 바로 수행해주는 선수가 감독으로서 가장 고맙다. 그 이후 작전을 낼 때도 고민이 적어진다. 번트 사인을 냈는데 초구에 실패하는 경우, 감독으로선 생각도 많아지고 머리가 참 아프다”고 한 적 있다. 감독의 의도대로 선수들의 움직임이 이어진다는 건 그만큼 작전 성공의 확률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팀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빠졌을 때라면 그런 선수가 더 고마울 수밖에 없다.

물론 번트를 댄다고 반드시 점수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 감독의 번트 지시는 선수들에게 ‘오늘은 꼭 이겨야 한다’는 메시지로 다가오기도 한다. 손주인의 번트 15개엔 그러한 의미 역시 담겨있다.

이왕이면 홈런을 치고 안타를 때려내면 좋겠지만 타순에는 타자마자 자신의 역할과 해야할 일이 다른 법이다. 손주인의 역할은 그런 부분이다. 손주인이 시즌 전부터 줄곧 목표로 삼은 것은 방망이가 아닌 수비와 작전 수행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본인 역시 희생타 기록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이유다.

그는 “여전히 내가 해야할 역할 중 가장 첫번째는 수비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완벽해야하고, 둘째는 작전수행 능력이다. 캠프 때부터 팀 배팅, 수비, 작전수행능력 등 그런 부분에 대해 감독, 코칭스태프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안타보다도 결정적인 순간, 그런 희생타 하나에 더 기쁠 때도 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희생타는 개인적으로 좋은 의미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번트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처럼 150km가 훌쩍 넘는 강속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시대에 그 공을 향해 고개를 숙여 다가간다는 행위 자체는 ‘공포’다. 특히 번트 작전이 뻔한 상황에선 수비수들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걸림돌을 모두 이겨내고 성공시켜야 하는 것이 번트다. 탄탄한 기본기가 바탕이 돼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손주인은 “홈런, 안타, 타점도 많이 하면 기분은 좋겠지만 그런 부분들은 개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풀타임이 처음이기도 하고 수치상으로 타율 3할 이상 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우리 팀 라인업에 번트 댈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사인이 나는 대로 착실히 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최대한 진루타, 밀어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후반기, 한 점, 한 점이 더 중요한 시기가 다가온다. ‘희생할 줄 아는 선수’ 손주인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시간 역시 오고있다. 남은 시즌 그의 확률 높은 번트가 LG 타선의 힘을 배가시키는 전략으로 계속 활용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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