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먹과 화선지 뿐이라고?

학고재갤러리 '당대 수묵' 전
한국·중국 작가 5인 참여
수묵정신 입각한 회화·설치작품 선보여
29일까지
  • 등록 2015-11-10 오전 6:15:00

    수정 2015-11-10 오전 6:15:00

중국작가 웨이칭치의 ‘파라마운트산을 점령하라 2’(사진=학고재갤러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검은 먹과 하얀 화선지. 수묵화의 기본이다. 그러나 수묵화를 단순히 화선지에 먹으로 그린 회화라고만 여기지 않는 작가들이 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의 ‘당대 수묵’ 전은 수묵화의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수묵화를 구현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에서 독자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 5명이 참여한 전시다. 이들은 전통수묵으로 입문했지만 기존의 재료와 방법, 주제에서 탈피해 실험적이고 개성적인 작품으로 수묵화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중국작가 웨이칭치의 그림에는 눈에 익은 소재가 등장한다. ‘파라마운트산을 점령하라 2’에는 먹으로 그린 산 위에 원형의 별무리가 수놓아져 있다. 산 정상에는 중국을 상징하는 오성기가 휘날리고 그 위에 자신의 서명을 적었다. 할리우드 영화사인 파라마운트사의 로고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웨이칭치는 “중국의 전통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새롭게 작품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중국 현대미술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85년 즈음 외국자본이 밀려 들어올 때의 거부감 같은 것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김선두는 ‘싱그러운 폭죽’ ‘별을 보여드립니다: 붉은 땅’ 등 콜라주기법을 사용한 채색수묵화를 선보인다. 얼핏 보면 수묵화답지 않지만 선을 중시하는 수묵화의 기본은 유지했다. 김 작가는 “색을 다양하게 쓰고 있지만 결국 추구하는 건 추상적이고 본질적인 선”이라며 “면과 색 중심으로 서양화가 이어져 왔다면 동양화는 선과 운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두 ‘싱그러운 폭죽’(사진=학고재갤러리)
조환은 아예 수묵화가 아닌 대형 설치작품인 ‘무제’를 내놨다. “수묵 정신은 먹에 있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에 대한 탐구가 수묵의 본령”이란 것이다. ‘무제’는 당나라 서예가 장욱이 쓴 반야심경 구절을 철판에 새기고 그 아래 불교의 극락정토로 가기 위해 타고 가는 반야용선을 연상하는 배를 놓은 작품. 전시제목이 ‘당대 수묵화’가 아닌 이유가 이 작품에 있다.

중국작가 장위는 수묵의 주요 도구인 운필을 버렸다. 붓 대신 손을 사용한다. 도장을 찍는 지문행위를 반복한 작품 ‘지인’은 수묵의 뿌리인 중국문화에 대한 확인을 내포한 작품이다. 반면 김호득은 수묵화의 전통에 가장 충실한 작품을 내보인다. 소재나 주제에 대한 실험보다 먹물과 붓 자체의 기운과 생동을 보여주는 ‘겹-사이’ 등으로 수묵화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전시는 29일까지.

조환 ‘무제’(사진=학고재갤러리)
김호득 ‘겹-사이’(사진=학고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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