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버리고 女독립운동가 발굴…"잊힌 분들의 삶 되찾을수 있어 행운"

[3.1정신 잇는 사람들]②<上>심옥주 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
여성 독립운동 연구 위해 교수직 포기…사재까지 털어
"독립운동서 비중 컸던 여성 기여 조명 안돼 안타까워"
인명록 발간과 무명 여성독립운동가 기념탑 건립키로
향후 연구센터도 계획…"여성 유공자 서훈 재심사돼야"
  • 등록 2019-02-13 오전 6:09:00

    수정 2019-02-13 오전 11:08:35

심옥주 소장 (사진=이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과 인생을 다 던진 독립운동가들을 찾아내 그들의 삶은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가진 게 저에게도 커다란 행운이죠.”

지방 국립대 교수라는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매진하고 있는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은 12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초기에는 감춰져 있던 여성 독립운동가를 찾아낸다는 짜릿함에서 연애하듯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른 연구자들에게 참고가 된다는 부담과 사명감이 생겼다”며 이제는 연구소 일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고 고백했다.

첫 출발은 뜻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백범 김구 선생에 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다 식상함을 느낀 심 소장은 우연히 TV에서 본 최초의 여성 의병장인 윤희순 의사에 매력을 느껴 논문 주제를 바꿨다. 이후 2년간 강원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사료를 찾았고 `윤희순의 민족운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매달 월급의 30%씩을 모아 2009년에는 윤희순 평전까지 펴냈다.

일제강점기에 시아버지인 유홍석 의병장, 남편 유제원과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윤 의사를 연구하면서 심 소장은 의병 정신이 독립 정신으로, 여성 의병운동이 여성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확인했다. 이후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고 알리는 일에 매진했다. 심 소장은 “한국독립운동사와 세계 여성사에서 우리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짚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09년 부산에서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를 열었고 작년에는 연구소를 서울로 옮겼다. 연구소 일에 전념하고자 어렵게 얻은 부산대 교수직도 과감하게 사직했다. 이 때 받은 퇴직금은 마침 제작하려고 했던 여성 독립유공자를 알리는 캘린더에 다 썼다며 웃어 보인 심 소장은 “교수가 내 인생의 답은 아니었던 만큼 미련없이 포기하게 됐고 지방보다는 서울에 여성독립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더 많아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연구소를 이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 소장은 여전히 남성 위주의 역사 서술로 인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공로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독립군을 비롯해 당시 무장독립투쟁을 하던 군인들이 입고 먹는 것들을 조달하기 위해 여성들이 늘 군대를 따라 다녔다고 하고 그 중 여럿은 보다 못해 직접 총을 들고 전투에 나가기도 했다”며 “또 일경(日警)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덜 의심받는 상황이라 결사대를 꾸리거나 몰래 독립투사들의 서신이나 소식을 전하고 군자금을 전달하는 역할도 여성들이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료가 없어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자료가 없는 게 아니라 다들 관심을 갖지 않아 어디 있는지 모를 뿐”이라며 “다만 전체 독립운동과 각 지역 운동의 역사를 공부하고 독립운동 유공자 유족들의 개인 소장 자료 등을 통해 한 분 한 분의 인생을 짜깁기해야 하기 떄문에 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그 역시 윤희순 의사 평전을 내는데 3년이라는 조사 기간이 필요했다. 이런 맥락에서 “사료보다는 오히려 근대 독립운동 연구자가 부족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소장은 “연구자가 많지 않으니 3.1절과 8.15 광복절 등에만 연구자를 찾는 수요가 집중되고 그 이외에는 다들 독립운동을 망각한다”고 말했다.

일단 심 소장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이달말쯤 `여성 독립운동가 인명록`을 직접 펴낼 예정이다. 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무명(無名) 여성독립운동 기념탑` 건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서대문구청장과 협의해 서대문형무소 앞 공원 한편에 기념탑을 세우기로 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서울시내 초·중·고교 학생들과 함께 기념탑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에도 나선다.

심 소장은 “올해에도 3.1운동 100주년이 끝난 뒤면 관심이 사그러들 것인 만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슈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후 여성 독립운동 연구센터를 세우는 원대한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찾아내는 별도의 연구센터를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연구를 늘려야만 제대로 된 서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3등급으로 돼 있는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 상향은 물론 다른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고 봤다. 심 소장은 “일단 유관순 열사 서훈 등급이 올라가야 다른 여성 독립유공자들의 서훈도 덩달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점치면서 “형무소 수감기간 등에 따르는 서훈 기준은 1960년대에 만들어져 아직 유지되고 있는데 이 기준부터 바뀌어야 하며 그에 따라 모든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재심사와 서훈 상향 조정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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