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만의 폭염 경험하고도…폭염 작업중지 아직도 권고만

고용부 폭염 옥외 작업중지 기준 오히려 후퇴
작업중지 강제법안 지난해 폭염 지나면서 시들
  • 등록 2019-07-25 오전 6:17:00

    수정 2019-07-25 오전 8:01:16

서울과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린 지난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보경 최정훈 기자] 111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했던 지난해 무더위를 이겨내지 못한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에서 속속 쓰러져 갔다. 고용노동부 집계대로라면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 발생건수는 36건으로 전년도(16건)의 2배를 넘겼다. 이중 16건은 건설업에서 발생했고 더위로 목숨까지 잃은 경우는 4건이었다.

이후 각종 폭염 대책이 발표됐고 지난해 9월에는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년이 지난 올 여름 폭염은 어김없이 또 찾아왔다. 하지만 폭염에 노출된 채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대책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오히려 후퇴했다.

35℃면 폭염경보인데 38℃ 돼야 작업중지 권고

고용부는 지난달 폭염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부가 산업현장에 가이드라인로 내놓은 폭염 위험단계별 대응 요령은 위험단계를 관심(31℃), 주의(33℃), 경계(35℃), 심각(38℃)으로 구분했다. 이 중 무더위 시간대(오후 2~5시)의 옥외 작업에 대한 대응을 보면 △33℃가 넘으면 자제 △35℃면 시간단축 혹은 작업 시간대 조정 △38℃가 돼야 작업중지를 권고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폭염특보 최고단계인 `폭염 경보` 기준인 35℃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보다도 높은 기온일 때 옥외 작업을 중지하라고 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고용부가 지방고용노동관서를 통해 사업장에 권고하는 작업 중지 기준이 35℃인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기준이 후퇴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최고기온이 35℃를 넘은 날은 22일, 38℃를 넘은 날은 4일로 두 기준은 큰 차이가 있다.

14년째 강제성 없는 권고만…현장선 무용지물

기준이 후퇴한 것도 문제지만 작업중지는 권고사항이라 강제성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작업중지권 보장 요건에 폭염은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지난해 무더위 직후에는 여러 법안이 발의됐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이 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관심에서 멀어지고 아직도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정부의 폭염 대책은 100년만의 폭염이 예고되던 지난 2005년 소방 방재청에서 처음 제시됐는데 14년이 지나도록 작업중지 권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강제성이 없다보니 현장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실제 지난해 7월 민주노총 소속 전국건설노조 조사발표에 따르면 무더위에 작업중단을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노동자는 14.5%에 불과했다. 또 법으로 규정된 그늘진 장소가 아닌 아무데서나 쉰다고 답한 비율이 73%에 달했고 폭염기에 최소한 씻을 수 있는 세면장 조차 없다는 응답도 30%나 됐다.

소규모 사업장엔 그늘막 등 휴게공간도 없어

실제로 서울시가 이달부터 건설현장의 폭염시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점검하고 있는데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기본적인 것도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제시한 폭염대비 사업장 행동요령에서 제시한 행동수칙을 점검하고 있다. 사업주는 폭염시 노동자에게 물, 소금, 아이스박스 등을 제공하고, 그늘막 휴게시설과 휴게시설에서 쉴 수 있는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서울시는 7~8월 민간 건설현장 5000여곳 중 5층 이상 소규모 390개 현장을 표본으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24일까지 180개의 현장을 둘러봤다. 이에 참여한 서울시 관계자는 “큰 규모의 사업장은 대부분 지키고 있지만 작은 규모 사업장은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휴게 시간은 제공하면서 그늘막 등 휴게 공간을 설치하지 않거나 휴게 공간은 있지만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 고용부 산하 노동청에 산업안전보건법, 건설노동자법 위반 사항에 대해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가 직접 처벌권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자치구 건축과나 인허가 부서에 통보해 현장지도 하도록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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