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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원래 지난해 나올 예정이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올해로 연기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앞으로 15년 동안의 전력 계획을 정해 공개하는 법정 계획이다. 원자력, 석탄화력,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등의 비중을 정하고 이를 위한 투자계획을 세우는 게 핵심이다.
원래 계획대로면 정부는 지난해 중 2019년부터 2033년까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연말 올해 발표를 확정하고 기본계획 수립 기간도 2020년부터 2034년까지로 바꾸기로 했다. 2년 만에 발표하던 걸 3년 만에 내놓는 것이다. 수요전망 초안 공개와 공청회, 심의 과정이 남았다는 걸 고려하면 올 하반기에나 심의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발전업계와 환경단체 일각에선 다분히 올 4월 총선을 고려한 ‘의도적 연기’일 수 있다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전기요금 인상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에너지 전환 정책 관련 요소가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전력(015760)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작업 역시 4월 총선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전은 지난해 7월 주택용 전기요금 인하(여름 누진제 완화)를 시행하며 올 상반기까지 산업부에 지속 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제출키로 했다. 산업부가 이를 검토·승인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빨라야 올 하반기에나 개편안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이번 9차 기본계획은 단순히 원전이나 가스, 석탄발전소를 언제 어디에 지을지를 정하는 이전과 달리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전환과 소비효율 개선을 위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전기요금 같은 민감한 얘기를 다룰 수밖에 없기에 총선 이후에나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제도 개편과 절차 추가에 따라 늦어졌을 뿐 정치적인 고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환경부는 2016년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했다.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처음으로 평가 대상이 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란 환경 영향이 클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선 수립 이전에 환경에 대한 영향 평가를 우선 받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양 사무처장은 “많은 국민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쓰고 싶어한다”며 “정부가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전기요금 현실화를 공론화하지 않는 건 국민의 수준을 낮추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