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설적으로 코끼리다. 세계적인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 교수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핵심 내용이다. ‘미국의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공화당의 상징인 ‘코끼리’를 비꼬면서 정치적 프레임의 주도권을 강조한다.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사람에 따라 ‘북한의 개혁·개방을 돕는 햇볕정책’ 또는 ‘김정은 독재를 지원하는 대북 퍼주기’로 여기는 건 바로 프레임 효과다.
책은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여야 정치인들의 필독서다. 프레임의 가치는 선거국면에서 잘 나타난다. 참여정부 시절 보수진영의 ‘세금폭탄론’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아무리 세금폭탄이 아니라고 설명한들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세금폭탄’이라는 단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17년 대선 TV토론 당시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말한 건 스스로 무너진 건 정반대 사례다.
‘야당심판론 vs 정권심판론’. 자세히 뜯어보면 네거티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전히 ‘산업화 vs 민주화’ 대결구도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여야 각당 내부에서 ‘공천학살’이라는 내부잡음까지 커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전통적 지지층에게만 기대는 낡은 프레임으로는 2% 부족하다. 여야의 목표인 과반 달성을 위해선 외연 확장이 필수적이다. 봉준호 감독은 ‘반지하’라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자본주의와 계급문제를 풍자하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에는 △빈부격차 △사회 양극화 △주거난 △청년실업 등 한국사회의 난제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여야 정치권이 성찰하고 궁극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들이다. 영화 ‘기생충’을 벤치마킹해서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비교불가 수준의 프레임이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지나친 기대일까? 분명한 건 프레임 전쟁의 승자가 4월 총선에서 웃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