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스마트오더’ 직접 해보니…도입 한달 지나도 실효성 의문

국세청, 4월부터 규제 완화…온전히 도입한 곳 없어
예약 시스템 운영하던 편의점업계도 실효성 검토
매장에서 결제하나, 앱에서 결제하나 큰 차이 없어
온라인 판매 기대하던 수제맥주 업계도 실망
  • 등록 2020-05-21 오전 5:45:00

    수정 2020-05-21 오전 5:45:00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정부가 주류 관련 규제 혁신의 일환으로 ‘주류 스마트오더’를 허용한지 한 달이 넘었다. 그럼에도 소매시장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결제만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하는 스마트오더가 현재 일부에서 도입 중인 예약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 허용을 요구해왔던 주류업계 일각에서도 이번 규제 완화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자료=국세청)
2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3일부터 스마트오더를 이용한 주류 판매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의 주류 소매업자들은 휴대전화 앱 등을 이용해 주류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온전한 의미로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 것은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예약 및 결제까지만 허용됐을 뿐 실제 제품은 매장을 방문해 성인 인증을 해야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소매업자와 소비자 편익 증대를 기대했다. 그러나 변화가 크지 않다보니 영업현장에서 변화는 예상보다 더딘 편이다.

편의점 GS25가 운영하는 당일 와인 예약 시스템 ‘와인25’를 통해 와인 예약구매를 시도해봤다.

GS25는 편의점에서 와인 매출이 증가하는 것에서 착안해 지난해 12월 와인25를 도입했다. 와인 전문업체와 연계해 편의점에 모두 진열하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앱을 통해 확인하고 주문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난 4월부터는 와인 외에도 코냑, 보드카, 데킬라 등 다양한 종류의 주류도 취급 품목에 넣었다. 일부 고가의 수제맥주도 포함됐다.

GS리테일 ‘와인25’ 주문 화면. (자료=GS리테일 캡처)
규제 완화 전 도입한 시스템으로 앱에 직접 결제 기능은 없다. 오전 11시 이전에 예약하면 당일 오후 6시 이후에 매장에서 수령과 동시에 결제하는 방식이다.

일단 품종별, 산지별로 다양한 와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편리했다. 아무래도 편의점은 공간의 제약 때문에 주류 전문점만큼 다채로운 와인을 갖추기 어렵다. 또 전문점 수준으로 재고를 보관할 수 없다보니 와인처럼 주변 환경에 민감한 주류는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예약 시스템이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셈이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리커(증류주) 제품들이 소용량인데 비해, 와인25를 이용하면 750㎖ 짜리 대용량 주류를 예약할 수 있었다.

다양한 주류를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다만, 이는 기존 규제 완화 전에도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미성년자 구매 우려 문제 등으로 인해 정부가 현장 수령만큼은 유지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전후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셈이다.

지난 19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발표한 대규모 주류 규제 완화 방안에서도 판매 분야 규제는 기존 규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동안 모호했던 음식 배달 시 주류 배달 기준을 ‘음식 가격을 넘지 않는 선’으로 명시하는 정도다. 제조·유통 분야 등과 달리 판매만큼은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한 셈이다.

이 때문에 GS25는 하반기 중으로 앱 내 주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지만,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 중인 이마트24는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이마트24는 와인 예약 앱 ‘와인포인트’와 제휴해 와인25와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결제 시스템까지 도입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검토 중이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어쨌든 매장에 와야 하기 때문에 매장에서 결제하나 앱에서 결제하나 큰 차이가 없다는 점 때문에 쉽게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고 했다.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소비자가 수제맥주를 고르고 있다.(사진=세븐일레븐)
규제 완화를 기다려온 주류업계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특히 소주·맥주가 주력상품인 대형 주류업체보다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판로 확대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주류 종량세가 시행되면서 수제맥주 업계가 매출이 늘어나는 등 혜택을 받았는데, 이 역시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제조사에 집중됐다. 이 때문에 수제맥주 업계에선 소규모 양조장에 한해 전통주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주길 기대해왔다.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오더 도입 후 일부 수제맥주업체에서 이벤트성으로 한정판 예약판매를 진행하거나 자체 매장에서 앱을 통한 픽업 서비스에 나섰지만, 편의점 외엔 마땅히 수령할 곳이 없고 결국 매장을 방문해야 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함을 체감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 됐다”며 “수제맥주라는 주종 자체가 와인처럼 희소성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스마트 오더의 효용이 크지 않은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9일 발표한 규제 완화 방안에선 주류 제조·유통 분야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소주·맥주는 가정용과 대형마트용으로 나누던 용도 구분을 없애고 가정용으로 통일했다. 영세 수제맥주 업체 등을 위해 주류 OEM 생산이 허용됐으며, 탄산만 사용할 수 있던 맥주에 질소 사용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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