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죽음'과도 바꿀만한 복어의 맛

서울 중구 다동 철철복집
40년 전통의 복요리 전문점
미나리향 가득한 복지리
숯불에 노릇하게 구운 불고기
  • 등록 2020-06-05 오전 5:59:00

    수정 2020-11-28 오후 10:20:08

철철복집 복지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복어를 두고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죽음과도 바꿀 만한 맛”이라는 것. 중국의 유명했던 식도락가인 소동파가 한 말이다. 복어 한 마리는 독중의 독이라는 청산가리보다 무려 1000배 이상의 독성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복어의 독은 조금이라도 먹게되어도 졸리고 입술이나 혀가 떨린다. 또 팔과 다리 등 사지가 저리게 된다고 한다.

그만큼 복어의 독은 치명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어의 맛은 독만큼 치명적이다는 게 소동파의 이야기다.

사실 복어는 다른 생선보다 단백질 비율이 높다. 지방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질감이 쫄깃하다. 독을 빼면 버릴 것도 거의 없다. 껍질은 잘게 썰어 회처럼 먹고, 생선살은 불고기나 지리로도 먹는다. 푹신푹신한 다른 생선살과는 달리, 복어살의 탱글탱글함은 무엇과도 비교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복어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겨울. 정확한 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때면 맛이 최고조에 오른다는 것이다. 잡히는 양도 많거니와 제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냉장기술의 발달로 사시사철 언제나 먹을 수 있게 됐다.

치명적인 독과 달리 독을 뺀 복어는 몸에도 좋다. 한의학적으로 복어의 성질은 서늘하다는 것. 이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고, 정신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수분 배설을 촉진하기 때문에 복국을 먹고 나면 소변량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해장국으로도 복국만 한 게 없다는 것이 소위 ‘주당’들의 이야기다.

서울 중구에 있는 ‘철철복집’은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오래된 가게다. 이름난 식당들이 즐비한 이 골목에서 ‘복어’ 요리로 명성을 이어온 곳이다. 복지리는 물론 매운탕, 복불고기 등으로 유명하다. 다소 허름한 내부시설이지만, 직장인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복껍칠무침은 미나리와 함께 무쳐내는데, 입맛을 돋우기 좋다. 복지리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커다란 냄비에 복어와 콩나물을 넣고, 그 위에 향긋한 미나리를 올려 끓여낸다. 미나리는 독소를 해독하는 효능이 있어 복어와 특히 잘 어울린다. 살짝 데쳐서 먹어야 맛이 좋다. 너무 오래 삶으면 행도 색감도 모두 잃는다. 삶을수록 흐물흐물해지는 다른 생선과 달리 복어살은 닭고기처럼 쫄깃하고 담백해진다.

복소금구이와 북불고기는 숯불 위에 석쇠를 올리고 노릇하게 굽는다. 여기에 간장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짭짤한 맛과 복고기의 푹신함, 마지막으로 쫄깃한 식감이 입안을 사로잡는다. 누군가는 이 집 복요리를 제대로 즐기려면 소금구이, 불고기, 지리 순으로 주문하는 게 좋다고 한다. 단, 주머니가 두둑해야 한다.

철철복집 복불고기
철철복집 복불고기
철철복집 복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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