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류호정 의원 원피스 차림 비난할 게 아니다

  • 등록 2020-08-07 오전 5:00:00

    수정 2020-08-07 오전 5:00:00

정의당 소속인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류 의원이 며칠 전 붉은색 원피스에 운동화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등장한 것이 발단이다. 이러한 모습이 보도되자 인터넷상에 비난성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장소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서부터 “튀고 싶냐”, “커피 배달 왔느냐”는 등의 성희롱 표현들까지 쏟아진다. 엄숙해야 하는 국회 분위기를 해친다며 ‘권위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공격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특정 의원의 옷차림에 대해 두둔하거나 칭찬하려는 게 아니다. 류 의원의 복장이 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세대 여성 의원이 나름대로 편한 복장을 한 것을 두고 온갖 비난과 여성 혐오성 댓글까지 쏟아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2003년에도 유시민 의원의 ‘빽바지 논쟁’이 있었거니와 지금은 시대가 더욱 달라졌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시대적 흐름을 입법에 반영해야 하는 국회에 대해 일반인들이 오히려 지나친 엄숙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까지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여야 정당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왔고 국민들도 이런 약속이 조속히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여성 의원이 원피스 차림으로 국회에 출석했다는 이유로 성희롱에 가까운 댓글이 쏟아진 것은 여전히 남성 우월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현실을 말해준다. 특히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 비난이 빗발치는 것은 류 의원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던 데서 비롯된 정치적 편가르기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라는 장소가 가급적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를 위해 의원 각자의 노력이 필요한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그것은 옷차림보다는 의정활동에 임하는 자세에서 더 중요하다. 시중에서 반발이 이어지는 데도 숫자를 앞세운 여당 주도의 일방적인 입법이 이뤄지는 지금 상황을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다. 류 의원은 이러한 논란에도 위축되지 않고 어제는 청바지를 입고 국회에 출근했다. 앞으로 의정활동에서도 신선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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