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수' 두고 공수만 바뀐 100일…"코로나 앞에 솔직해져야"

올봄 文, 安 일상회복 방안…당시 감소세 속 큰 논란 없어
'6차 대유행' 발생하며 상황 바뀌어, 야당 공세 심화
근거 중심 강조했지만 체감, 이해 못 하는 '과학방역'
"현 정치권 공방, 전혀 생산적이지 못해"
  • 등록 2022-08-17 오전 7:03:46

    수정 2022-08-17 오전 10:12:50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았지만, 방역정책은 이전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다. 가장 큰 화두는 소위 ‘과학방역’인데 야권에서는 방역당국을 두고 ‘질병관람청’이라며 비판 중이다. 방역당국은 ‘6차 대유행’ 정점을 8월 중, 20만 전후로 예측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2만명 → 3400명 → 15만명 → 20만명?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유행 상황을 반영해 예측한 결과 기존 예측과 유사하게 8월, 일평균 20만명 전후로 정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국이 분석을 의뢰한 8개 연구팀은 이번 유행 정점을 8월 중순~하순, 최소 13만 5000명에서 최대 33만 2000명 규모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위중증 환자는 9월 초 최대 800~900명, 사망자는 최대 100~140명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 4월 문재인 정부는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발표하고, 같은달 당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역시 ‘코로나 100일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방역상황이 지금처럼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거나 정쟁화로 번지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올 봄 ‘5차 대유행’이 사그라지면서 큰 폭의 재유행은 올 가을·겨울쯤 올 것으로 관측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중순 62만명까지 치솟던 확진자는 점차 줄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000명대(6월 27일, 3421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세부계통 변이인 BA.5가 빠르게 확산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7월부터 빠르게 다시 늘어나던 확진자는 8월 10일 기준 15만 1748명으로 급증했다. 방역당국은 현 상황을 6차 대유행으로 판단했다.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는 BA.5 확산은 전 세계 감염 추이를 빠르게 상승 반전시켰다.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국민의힘은 그간 문재인 정부의 ‘K-방역’을 비과학적이며 정치적인 방역이라고 비판했었는데, 그 기준 중 하나가 확진자 수 였다.

사실 문재인 정부 당시 방역당국은 지난해 말 5차 대유행과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체계 전환 등을 맞으며 더는 확진자 수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언급을 반복해왔다. 코로나19 치명률도 지난해 11월 1.56%, 12월 1.15%에서 올 4월 0.09%, 5월 0.07%까지 크게 떨어졌다. 의료대응 역시 지난해 말 델타 유행과 다르게 안정적인 상황에 치료제까지 보유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공수 역시 바뀌면서 확진자 숫자를 둔 공방은 반복됐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맹공이 쏟아졌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현재) 질병관리청이 아니라 ‘질병관람청’, ‘질병구경청’, ‘질병방기청’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당 김원이 의원도 “(현 정부의 정책이) 문재인 정부와 다른 점이 있나 찾아봤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그래놓고 네이밍(이름)은 과학방역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백경란(왼쪽) 질병관리청장과 이기일(오른쪽) 보건복지부 2차관이 회의 시작 전 질병관리청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과학방역 = 확진자 억제’ 아닌데…

전문가들은 먼저 ‘과학방역 = 확진자 억제’라는 인식을 전환시키지 못 한 현 정부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안철수 당시 위원장이 말한 과학방역은 지난 2년 반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근거 중심 방역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미였다.

여기에는 △전국 단위 대규모 항체양성률 조사 △먹는 치료제 물량 100만여명분 조기 도입 △일반의료 중심으로 대응 체계전환 △민간전문가가 중심이 된 감염병위기대응 자문기구 신설 등이 담겼고 실제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전 정부와 차별화하며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6차 대유행을 맞았고, 과학방역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전염성을 고려하면 감염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매일 브리핑을 통해 과학방역을 이야기해봤자 국민들은 체감을 하지 못 한다”고 언급했다.

정치권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냉정하게 신종 감염병 관련해 여야가 어떻게 사회적·경제적 피해 덜 입힐지 머리 맞대야 한다”며 “상황을 가지고 잘잘못을 따진다는 건 적(바이러스) 앞에서 싸우고 있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정치 평론가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지금 유행을 두고 정치권 공방은 전혀 생산적이지도 못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도 없다”면서 “윤 정부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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