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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모 케이블방송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여자 주인공인 김태리가 연기한 고애신은 독립운동을 벌이는 의병대를 이끄는 의병장으로서 여느 남성 못지 않은 카리스마와 포스를 뽐냈다. `저 시대에 저런 인물이 실제 있었을까`하며 극적 재미를 위해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이라 여겨지겠지만 사실은 고애신은 실존했던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 그는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여성 의병장이던 윤희순 의사다.
1860년 서울에서 엄격한 유교 집안의 딸로 태어난 윤희순은 열여섯 되던 해에 강원도 춘천시 남면 고흥 유씨 집안의 유제원과 혼인하면서 춘천 사람이 됐다. 이 곳은 고흥 유씨 집안의 집성촌으로 위정척사운동의 사상적 근거지였다. 이 집안의 항일투쟁은, 의병장으로 유명했던 유인석의 재종형인 시아버지 유홍석으로부터 출발했다.
또 1907년 일제가 대한제국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키자 전국에서 정미의병이 일어났고 유홍석이 다시 춘천에서 궐기해 의병 600명을 모아 일본군과 치열한 혈전을 벌였다. 윤희순도 가만있지 않았다. 고흥 유씨 집안의 부인들과 인근 동네 여성 76명으로부터 군자금 35냥을 거둬 가정리 여의내골에서 탄약제조소를 직접 운영하며 의병들에게 탄약을 만들어 공급했다.
이로도 모자라 윤희순은 나중에 직접 의병대를 만들고 자신이 의병장으로 활약하기에 이른다. 가정리 여성 30여명을 규합해 여성의병대를 조직했고 자신은 남장을 하고 정보수집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거의 없던 그 시절에도 여성의 몸으로 독립투쟁의 최일선에 섰던 윤 의사지만 그의 동상은 춘천시립도서관 뒤편 주차장에 외롭게 서 있다. 독립운동의 뿌리가 됐던 독립의병을 이끌던 윤 의사는 우리나라 여성 독립운동의 시초지만 정부의 독립유공 포상에서는 5등급 가운데 제일 낮은 5등급(애족장)을 받는데 불과한 상태다.